오경미 대법관은 지난 8월20일 법원 내부에서 ‘특별한 강연’을 했다. 법원 내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가 주최한 법관 연수 강연이다. 오 대법관은 현재 3명인 여성 대법관 중 1명이다. 대법관 13명 중 권영준 대법관 다음으로 젊고, 사법연수원 기수는 권 대법관과 함께 가장 낮다. 2021년 9월 취임해 대법관 3년차인 오 대법관이 본 대법원은 어땠을까. 강연에서 그는 여성 대법관, 나아가 대법관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오 대법관은 대법원을 ‘용광로’라고 표현했다. 대법원에 올라오는 사건은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한다. 여기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판결 내용이 달라진다. 대법관 13명이 모두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다퉈볼 필요도 없다. 반면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대법관들이 서로의 생각을 두고 논쟁하고 시대의 흐름을 판결로 녹여낼 때 대법원은 용광로와 같아진다는 것이다.
오 대법관은 여성의 삶과 경험은 법관으로서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주로 여성이 피해자인 성범죄 같은 젠더 사건에서 더욱 그렇다.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없다면 여성적 가치의 다양화와 그에 기반한 최소한의 토론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뜻이다.“재판을 하면 할수록, 특히 성폭력 사건 같은 재판을 하면 평소 무척 존경하는 재판부 동료가 뜻밖의 입장을 보여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화들짝 놀라면서 ‘내가 잘못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닐 때는 ‘그래, 역시 경험의 차이가 이런 것을 가져오는구나’라고 하는 거죠. 30년, 40년, 50년 동안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각각의 개별적 경험을 통해서 느끼는 공포와 분노가 있거든요.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해야 될지, 그들의 권익을 법률의 해석에서 어떻게, 왜 실현해야 할지, 그런 절실함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법리가 절대적으로 더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여성 대법관들이 여성적 시각에 입각한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여성 살해 사건, 2018년 미투 운동,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젠더가 주요 사회이슈로 떠오를 때 법원이 제대로 판결하고 있는지 곱씹고 잘못된 판례에 이의제기한 게 주로 여성 대법관들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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