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심판 이후 - 매일경제

  • 📰 maekyungsns
  • ⏱ Reading Time:
  • 74 sec. here
  • 3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3%
  • Publisher: 51%

대한민국 헤드 라인 뉴스

대한민국 최근 뉴스,대한민국 헤드 라인

정치인의 기본 책무는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이다만인이 만인을 심판하게 되면정작 심판받는 이들은애꿎은 국민이 아닐까

애꿎은 국민이 아닐까 압승이 분명해진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토니 블레어는 1997년 5월 1일 밤을 그렇게 기억했다. 그날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은 18년간 집권한 보수당을 무너뜨렸다. 득표율보다 의석 차이가 훨씬 컸다. 블레어는 더는 도전자가 아니었다. 그가 두려워한 건 책임의 무게였다. 비판과 약속보다 결정과 실행은 얼마나 힘든가.

노동당은 13년간 집권했다. 그 후 보수당이 14년째 권좌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총선에서는 다시 여당이 참패할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 모델은 지금 투표하면 노동당과 보수당 의석은 57% 대 30%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 나라에서는 총선이 곧 정권 심판이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잃으면 권좌를 내놓고 그것으로 심판은 일단락된다. 새롭게 과반을 차지한 당이 약속한 정책을 펴고 때가 되면 다시 심판받는다. 민주주의는 그처럼 간명하게 돌아간다. 2024년 4월 10일 한국 총선에서도 야당이 압승했다. 지역구 득표율보다 의석 차이가 훨씬 컸다. 하지만 영국 총선과 달리 정권이 바뀌는 건 아니다. 야당 지도자가 국정 책임의 중압감에 두려워할 일도 없다. 정권 심판과 야당 심판을 외치던 이들은 총선으로 심판이 끝났다고 보지도 않는다. 승리한 쪽은 벼르고 있을 터다. 심판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승자 독식 구조는 대선에서 더 극명하다. 현 대통령이 집권할 때 승패는 0.7%포인트 차이로 엇갈렸다. 득표율보다 훨씬 큰 권력의 격차와 여소야대 구조에서 한국호는 아예 멈춰 서버릴 수 있다. 2012년 일본에 갔을 때 자민당 중진 마치무라 노부타카에게 들었던 말을 기억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적어도 5년간은 안정적인 정치를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지금처럼 적어도 5년간은 불안정할 정치를 상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민주주의와 산업화에서 한국은 영국, 일본보다 늦게 출발했다. 그러나 더 빨리 달렸다.

파국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로를 심판하려던 총선의 의미부터 곱씹어봐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심판'은 이렇게 시작된다."누군가가 요제프 K를 중상한 것이 분명했다. 그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아침 체포됐으니까." 총선에서 심판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K와 같다고 생각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왜 심판해야 하는지는 간단하지 않다. 심판은 공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객관적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 여야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째, 분명 야당 심판보다 정권 심판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더 많았다. 하지만 그 차이는 의석 차이만큼 크지 않았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승자 독식의 폐해를 경계해야 한다. 둘째, 유권자는 심판을 원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오히려 민생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문이 더 많았다. 그 민의를 따르려면 대통령과 의회 권력이 타협하고 함께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기본 책무는 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이다. 야당은 발목 잡기만 하고 정부는 그 핑계로 두 손을 놓는다면 같이 심판받게 될 것이다. 셋째, 심판자는 어디까지나 국민이다. 정치인은 대리인일 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심판할지 멋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블레어가 말했듯이 정치에서는 흔히 '두 가지 회색이 검은색과 흰색으로' 바뀐다. 정치는 유권자들을 양극단으로 몰아가 서로를 심판하도록 부추기기 쉽다.

 

귀하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귀하의 의견은 검토 후 게시됩니다.
이 소식을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요약했습니다. 뉴스에 관심이 있으시면 여기에서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 15. in KR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매경시평] 밸류업의 정석 上 - 매일경제韓기업 'K디스카운트' 원인주주 기대 못 미치는 이익률배당소득·상속세 부담은경영권 확보에 방해 요소기업가치 극대화 소극적
출처: maekyungsns - 🏆 15.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시평] 밸류업의 정석 下 - 매일경제밸류업 대타협으로만 가능상속하려는 본능 인정하되이사회·주주권한 강화하고투자자 보호·손실 책임져야
출처: maekyungsns - 🏆 15.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매경시평] 인사청문회와 선거 - 매일경제공직자 낙마시키는 국회의원본인들 자격 문제엔 눈감아총선에 '지지후보 없음' 옵션중대선거구제 등 도입해야국민 신뢰·후보자질 높아져
출처: maekyungsns - 🏆 15.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민주 '정권 심판' vs. 국힘 '운동권 심판' vs. 녹색정의 '양당 독재 심판'충북 지역 여야 공식선거운동, 시작... 여야 지역도당 출정식
출처: OhmyNews_Korea - 🏆 16.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용산에서 선거운동 막 올린 민주당 “정권 심판이 대한민국 정상화 출발점”이태원 참사 등 정부 실정 강조, 이재명 “국민 심판 의지 실천하는 도구 되겠다”
출처: newsvop - 🏆 6. / 6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총선 후보자 10명 중 3명 전과자...재산 1위는 '1446억' 국힘 김복덕경실련, 22대 총선 후보자 전과·재산 분석 발표 "부실공천, 유권자가 심판"
출처: OhmyNews_Korea - 🏆 16.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