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동화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냥팔이 소녀’는 너무 가혹한 현실을 살다 갔고, ‘눈의 여왕’의 오만한 마법은 눈에 품은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구박받으면서 천사 같은 마음을 잃지 않는 ‘신데렐라’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고, 물방울로 사라진 ‘인어공주’ 이야기는 사랑을 두려운 감정으로 만들었다.
동화는 원래 재미있고 신나는 이야기이고 어린아이들의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다. 동화는 꿈과 환상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갖고 있다. 동화 앞에서는 다 큰 어른도 꿈과 환상 세계로 기꺼이 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데 왜 굳이 ‘동화’ 앞에 환상을 붙인 걸까? 어마어마한 환상이 펼쳐지려나? 아니면 살벌한 현실에 대한 반어 표현인 걸까? 동화의 본모습을 알아버린 자에게 동화는 절대 환상과 현실 사이에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물론 연극 ‘환상동화’는 현실도 아니고 환상도 아니다.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이라는 위험한 외줄타기를 썩 잘 해낸 동화다. 무대에 등장한 사랑, 전쟁, 예술 광대는 사랑스럽고 익살맞다. 이 광대들은 현실 감각과 직업의식이 투철한 전문 광대다. 이 광대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일부러 광대인 ‘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이 세 광대들은 각자 펼칠 무대 이야기 주제를 사랑, 전쟁, 예술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세 광대는 아예 세 가지 주제가 들어간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110분 간의 환상 동화는 피아노를 치는 한 남자 ‘한스’와 아름다운 춤으로 세상 사람들을 사로잡은 여인 ‘마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독일인 한스는 전쟁이 일어나자 참전을 하게 된다. 적의 공격으로 부상을 당한 그는 적진에 버려져 의식을 잃고 만다. 그러다 깨어난 한스는 우연히 낙오된 적군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전쟁 속에서 짧은 우정을 나누고 헤어진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소리를 잃어버린 한스는 우연히 마리가 있는 가게에 들리게 된다. 하지만 마리 역시 전쟁으로 시력을 잃고 춤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동화 속 운명은 두 사람을 만나게 한다. 전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둘의 사랑은 커져가지만 불안한 미래는 그림자를 키워가며 두 사람 주위를 맴돈다. 연합군이 쳐들어 오고 독일인인 한스는 마리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 이제 동화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동화의 힘으로 두 사람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해야 하는 순간이다. 동화의 힘으로 관객에게 희망과 힐링을 선사해야 한다. 환상동화는 동화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세 광대가 이끌어 가는 이 이야기는 묘한 매력을 갖는다. 대사, 움직임, 음악, 마임, 무용, 마술 등 광대라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주어야 하는 온갖 퍼포먼스가 환상과 현실 사이를 적절하게 오가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결말에도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고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우리 마음속으로 숨어버린 작은 환상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연극 ‘환상동화’는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웰메이드 연극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어쩌면 해피엔딩’, ‘신흥무관학교’ 등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어 온 김동연 연출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 사랑 광대 역에는 이시강, 백동현, 재윤이 열연을 펼친다. 인간이 가진 파괴의 본능이 전쟁을 일으키고 만다고 믿는 전쟁 광대 역에는 손호영, 장지후, 강상준이 캐스팅되어 무대에 오른다. 예술이야말로 영원불멸의 가치를 창조한다고 믿는 예술 광대에는 마현진, 안창용이 익살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사랑 앞에 용감한 청년 한스 역에는 최정헌, 박선영이 캐스팅됐다. 마리 역을 맡은 윤문선, 송채윤이 동화 속 아름다운 여인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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