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 미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인류학과 교수를 만난 것은 ‘한국인 1호 고인류학 박사 ’란 타이틀에 앞서, 서구 학계의 전유물로 여겨온 인류의 시원과 존재의 의미를 우리 눈높이에서 이해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고인류학은 방대한 DNA 추적을 통해 인간의 몸 안에 과거 고인류들의 유전자가 존재함을 발견한 학문이다. 이로 인해 현생 인류는 진화의 필연적 결과이며 만물의 영장이란 목적론적 인본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인간에게 새로운 존재론적 성찰의 기회가 열렸지만, 그 한편으로 ‘우리는 동물과 다른 영적 존재’란 믿음이 무너지며 허무주의가 고개를 든 것도 사실이다. 이런 딜레마에 대한 이 교수의 답은 뭘까.인간 몸안에는 고인류의 유전자 이상희 교수 는 50여편의 논문을 통해 고인류학의 변방에 있던 노년층과 여성, 아시아 지역 연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활발한 방송 출연과 저술 활동을 통해 한국인의 눈높이에서 인류의 시원을 설명해 대중적 인기도 상당하다.
알기 쉬운 저서로 ‘고인류학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시는데요.“2015년 낸 『인류의 기원』은 반응이 좋아 8개 국어로 번역됐고 우수 서적상도 2개 탔습니다. 고인류학을 일반인 눈높이로 쓴 책이 의외로 적어 환영받은 거라 봅니다. 15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만 해도 쉽게 읽히는 책은 학자가 쓰기엔 경박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았고 저도 그랬어요. 아버지께서 제가 뭘 하는지 궁금해하며 물어보시면 ‘아빠는 들어도 모를 거야’란 식으로 오만하게 대답했는데, 돌아가시니 황망한 가운데 돌연 ‘쉽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속죄라고 하면 너무 심각하고요.” 한국인들의 고인류학에 대한 관심은 어떤 수준인가요?“2010년 과학잡지에 첫 연재를 했을 때와 달리 지금은 제 얘기 정도엔 익숙해진 분들이 늘어났어요. 고인류학은 서구에서도 여유 있는 이들의 학문이란 인상이 강해요.
호모 사피엔스에 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있다면 두 종이 다르다고 단언할 수도 없겠네요.“그렇죠. 과거엔 호모 사피엔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하빌리스 식으로 한 계통에서 다른 계통으로 계단식 진화를 했다고 믿었잖아요. 교과서에 그런 그림 실린 것 기억나시죠. 그러나 실은 여러 인류 계통이 동시에 존재한 적이 많았어요.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 살 때 유럽엔 네안데르탈인이, 아시아엔 데니소바인이 살았고, 서로 교배한 흔적까지 나온 거죠. 인류의 진화는 계단이 아니라 갈라졌다가 만나고 또 갈라지는, 강줄기에 가까워요. 호모 사피엔스는 다양한 고인류가 얽힌 결과입니다. 다만 지금은 침팬지만 해도 종이 보노보까지 두 개인데, 호모속엔 사피엔스 외에 다른 종이 남지 않아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든 게 문제예요.” 이런 얘기 들으면 ‘인간만이 신의 구원을 받는 존재’란 종교의 논리는 설 곳이 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요?“출산과 육아를 핵가족 틀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선동이 문제의 근본이죠. 그 틀에서 여성의 육아 ‘독박’을 당연한 윤리라고 입력하고, 독박 육아를 하며 애쓰는 여성은 ‘맘충’이라 혐오하니 말이에요. 인류 역사상 ‘핵가족’은 실재한 적이 없어요. 정치적 선언일 뿐이죠. 인간은 출산부터 혼자 할 수 없습니다. 산도보다 태아 머리가 커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서 인류 역사를 보면 출산도 육아도 공동체가 함께 했어요. 그렇게 사회 시스템을 바꿔야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을 겁니다.” 저출산이 세계적 현상이다 보니 인류 멸종의 전주곡이란 얘기도 있는데요.“종의 운명은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어요. 사라지거나 2개 종으로 분화해요. 순전히 상상인데, 저출산이 언젠가는 바닥을 치고 어느 정도 현상을 유지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령자도 아이를 낳는 등 실험적 출산이 시도되기 있기 때문인데요. 호모 에렉투스는 100만년 넘게 살았는데 인류는 아직 10만여년밖에 안 살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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