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읽는’ 게 전부가 아니다···다르게 읽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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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게 전부가 아니다···다르게 읽을 뿐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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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에서 초점이 흔들릴 때마다 눈이 깜빡이는 것 같다. 책 페이지는 마치 폭풍 때문에 안테나가 흔들려 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같다. 페이지가 선명했다가 다시 흐려지기 때문...

“글자에서 초점이 흔들릴 때마다 눈이 깜빡이는 것 같다. 책 페이지는 마치 폭풍 때문에 안테나가 흔들려 지직거리는 텔레비전 화면 같다. 페이지가 선명했다가 다시 흐려지기 때문에 띄엄띄엄 읽어야 한다.”

난독증 독자에게 종이에 찍힌 활자는 “움직이는 표적”이다. 글자가 뒤집혀 보이거나, 빙빙 돌거나, 희미해지거나, 크기가 제멋대로 변하는 일이 반복된다. 한 난독증 독자는 책 페이지가 “알파벳이 뒤섞인 수프 접시”로 보인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단어들이 페이지 위에서 “축축한 물감처럼” 흘러내린다고 표현했다. 글자 주변에서 후광을 보는 경우도 있다. 과독증을 가진 이들은 ‘백치 천재’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읽는 속도와 기억력은 기계를 능가하는 수준이었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서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중 어느 11세 소년을 연구한 미국 심리학자들은 이 소년이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을 줄줄 외울 수 있었지만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는 몰랐다고 기록했다.

단어에서 색을 보는 사람들은 읽는 행위가 식도락의 향연인 사람들의 사례와 비교하면 오히려 평범한 수준이다. “TD라는 대학생은 ‘회장’이라는 단어에서 설탕에 절인 체리 맛이 나고, ‘암시적’이라는 단어에서는 이탈리안 드레싱을 끼얹은 양상추샐러드 맛이, ‘참석자’라는 단어에서는 새콤달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 치킨너깃 맛이 난다고 했다.” 어느 여성은 “리처드라는 단어는 초콜릿바 맛이 나고 혀끝에서 따뜻하게 녹아요”라고 말했다. 어느 사업가는 ‘완벽한’이란 단어에서는 귤맛을 느끼지만 ‘여섯’이라는 단어에서는 구토를 느꼈다. 저자는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들에 대해 ‘읽기장애’가 아닌 ‘신경다양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능력의 결핍이나 손상으로 인해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뇌 조직화 과정의 차이 때문에 ‘다르게 읽는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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