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팬데믹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낮은 곳으로만 흘러들었다. 우리 ‘기찻길옆작은학교’가 있는 인천의 만석동, 그리고 화수·화평동이 그런 곳이다. 지난해 2월 갑자기 닫혔던 공부방 문은 3월 말에야 열렸다. 두어 달 만에 다시 만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위태로웠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이를 데리고 공부방이 있는 지역의 청소년 상담센터에 갔다. 공부방 아이들의 상황을 들은 상담센터에서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그 덕분에 아이들이 때맞춰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팬데믹은 질병, 알코올 의존, 장애가 있는 가정을 더 궁지로 몰았다. 취약계층의 아동을 지원하는 드림스타트의 아동통합사례관리사 선생님들과 협력한 덕분에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 공교육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 곁에서 코로나19로 생긴 낯선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34년 동안 한자리에 있으며 이어온 ‘생명줄’, 지역 네트워크 덕분이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제공되는 돌봄·교육 지원·경제적 지원을 놓치는 일이 많다. 보호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제도적 지원을 받게끔 돕는 일도 공부방의 일이 된다. 오래전부터 ‘기찻길옆공부방’은 왜 대안학교로 전환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2001년 강화로 귀농하며 ‘기찻길옆작은학교’로 이름을 변경하자 드디어 대안학교로 바꾸었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공부방을 유지하며 공교육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아이들과 이웃의 곁을 지킨다. 사회에서 부여받은 지위는커녕 경제적 지원도 없이 선생님이 아닌 이모·삼촌이란 이름으로 아이들 곁에 남아 있는 까닭은, 공부방이 있는 그곳이 약한 이들이 흘러와 고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34년 동안 한자리에서 사람과 사람, 골목과 골목을 이으며 살아왔다. 불평등과 고립이 깊어진 지난 2년 동안에도 우리를 지켜준 것은 서로의 곁을 지키는 노력과 서로의 연결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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