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렬한 바람이 무시로 불어오는 땅이 있다. 바람이 거역할 수 없는 숙제가 되는 땅. 삶은 너무도 신비로워 그 험한 땅에서도 어떤 씨앗의 싹은 뒷일 걱정 없이 터진다. 그리하여 일생 그곳을 제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야 하는 나무들. 매서운 바람의 땅을 사무치도록 끌어안고 자신의 숙명을 극복함으로써 어떻게든 꽃피고 열매 맺고, 그렇게 삶을 이어가야 하는 존재들. 이들은 앞서 살핀 숲 가장자리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사는 존재들과는 확연히 다른 여건에 산다.
제주의 바람과 생명과 삶과 정신을 탁월한 솜씨로 표현한 화가가 있다. 제주가 낳은 소중한 화가 노야 강요배 선생. 나는 선생의 글과 그림을 좋아한다. 특히 1996년 작품인 ‘팽나무와 까마귀Ⅰ’을 너무 좋아해서 온라인 화상 수업 때 배경 화면으로 쓰기도 한다. 이 작품에는 제주로 부는 바람이 서럽고 아름답게 새겨져 있다.작품 속에는 멀리 눈 덮인 한라산이 있고, 가까이 ‘폭낭’ 한 그루와 까마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허공은 바람으로 가득하다. 그림 속 폭낭에는 북쪽을 향하는 가지가 거의 없다. 다만 나무는 “남쪽으로 쏠린 뼈가지를 하고, 마치 바람을 닮은 거대한 새처럼 바람을 타고” 서 있다.
이 그림을 보며 나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섬사람들도 까마귀의 저 눈빛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응시하며 살아냈을까? 폭낭의 저 자태로 맹렬한 바람과 맞서면서 자신을 지켜내고 또 꽃 피우며 살아낸 것은 아닐까?’ 새도 나무도 사람도 모두 다 몰아쳐 오는 맹렬한 바람을 그렇게 극복하며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응시하며, 기막힌 모습으로 끌어안으며…….바람이 맹렬하기로는 우리 바다 동해에 독도와 함께 솟아 있는 섬 울릉도도 마찬가지다. 울릉도에는 그곳을 향해 무시로 불어대는 맹렬한 바람을 하루하루 이겨내며 살아온 특별한 나무가 산다. 강요배 선생이 포착해서 그림으로 담아낸 제주의 팽나무는 한 개체, 그러니까 한 그루의 나무가 바람을 극복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울릉도에서 바람을 극복하며 살아내고 있는 이 나무는 아예 바람에 특별히 적응하여 군락을 이뤄낸 별도의 종이다. 그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얻게 된 그의 이름은 ‘섬잣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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