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음식마다 녹아든, 맛보다 더 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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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혼자를 기르는 법으로 참신하고도 깊이 있는 여성 서사 만화를 선보였던 김정연 작가는 이세린 가이드를 통해 웹툰이 아닌 단행본 칸 만화를 처음 시도했다.

음식에서 ‘맛’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싶지만, 매일 삼시 세끼를 챙겨 먹으며 자라온 우리 몸에는 맛만큼 다양한 기억과 생각들이 쌓여있다. 제목만 보면 얼핏 감각적인 미식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음식 모형’을 제작하는 한 여성의 몸에 쌓인 음식에 대한 기억, 특히 ‘원념’에 대한 이야기다. 캘리포니아 롤부터 미역국을 거쳐 불고기 도시락에 이르기까지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음식 모형들의 제작기들은 읽다보면, 어느새 맛보다 더 진한 삶의 조각들을 곱씹는 기분이 된다.

“어차피 가족이란 고를 수가 없는 것이니, 피차 서로에게 조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치 놀이공원 내의 음식점들이 맛집일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쟁 업소 없음. 마음에 안 들어도 달리 옵션 없음.” 음식은 늘 가족과의 시간을 상기시킨다. 위로 오빠가 둘이라 늘 음식 위에 올리는 고명 같은 존재라며, 고명딸이라 불리던 이세린은 밥상에서의 기억을 통로 삼아 가족과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로 들여다본다. 비빔밥 모형을 만들면서는 대가족 명절을 치르고 남은 음식을 ‘처리’하던 엄마와의 씁쓸한 기억을, 한상차림을 만들면서는 예절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여성스러움’을 주입받던 학창 시절을, 튀김옷을 입히면서는 마른 체형을 타고났다는 이유로 들어야만 했던 따가운 시선들을 떠올린다.

전작 으로 참신하고도 깊이 있는 여성 서사 만화를 선보였던 김정연 작가는 를 통해 웹툰이 아닌 단행본 칸 만화를 처음 시도했다. 픽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도 현실적인 음식 모형 제작기 속에서, 끈질기게 ‘나’를 이야기하는 현대 한국 여성의 담담한 얼굴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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