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이어지는 간판의 행렬 속. 무심코 한 곳에 눈이 갔다. ‘살아 있는 비아그라.’ 그로테스크한 기분이 들었으나 간판의 홍수 속에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혹시 장어집인가’ 싶었는데 맞았다. 웬만한 중장년층에게 장어는 스태미나를 충족시켜주는 보양식으로 통한다. 기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엔 특히 장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을 비롯해 좋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먹고 나면 기력이 생기고 든든하다. 그뿐인가.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지닌 진미인지라 많은 미식가를 유혹한다. 숯불 위에서 자글자글 연갈색 빛으로 익어가는 장어는 그 모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양념장을 바르거나 소금을 뿌려 불에 구워먹는 방식, 게다가 진미로 각광받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로 봐야 한다는 것이 설득력 있다. 일본에서는 장어를 오랫동안 귀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여겼다. 17세기 조선 문신 남용익이 조선통신사 종사관으로 일본에 다녀온 뒤 쓴 에는 일본의 풍속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그중 음식과 관련한 부분에서 “구이는 생선이나 새로 하는데 뱀장어를 제일로 친다”는 기록이 있다. 즉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장어구이는 일본 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네덜란드에는 흐로크트 팔링이라는 훈제장어 요리가, 독일에는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전통 장어수프 알주페가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선 장어스튜를 먹는다. 이탈리아의 앙귈라 알라 지오베제, 앙귈라 알라 무라네제는 각각 토스카나 지역과 베네치아 지역의 전통 장어요리다. 스페인의 앙굴라는 새끼 뱀장어로 만든, 바스크 지역의 별미다.화가 피카소가 좋아한 요리는 장어스튜인 ‘장어 마틀로트’였다. 같은 제목으로 그가 그린 그림도 있는데, ‘뱀장어스튜’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호색한이었던 피카소가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성 재클린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이 그림에는 뒤엉켜 있는 뱀장어 몇마리와 양파가 담겨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를 썼던 권지예 작가는 피카소의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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