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예능계 권력이 된 ‘찐친 케미’…그 배경에 도사린 ‘남성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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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처음 방영했던 JTBC (이하 )의 제목은...

7년 전 처음 방영했던 JTBC 의 제목은 지금 보면 미래를 예견하는 듯하다. 아직 미완이던 안정환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예능인이 되었고, 이미 검증된 MC였던 김성주는 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져온 안정환과의 조합으로 몇 개의 예능과 MBC에서의 월드컵 및 아시안게임 중계, 그리고 탈모약 광고까지 함께했다. 공황장애로 방송을 떠났던 정형돈과 불미스러운 일로 출연이 한동안 금지됐던 김용만은 이후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며 프로그램을 차츰 늘려갔다. 뜨기도 떴고 무엇보다 그들은 정말로 뭉쳐서 떴다. 해당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개념으로 시작된 2019년 조기축구 예능인 JTBC 이후 이들 네 명의 조합은 새 시즌과 종목을 바꾼 에선 정형돈만 빠진 세 명 그대로를 유지했으며, 2021년 아예 넷이서 연예 기획사 뭉친 프로젝트를 설립한 뒤엔 JTBC를 넘어 MBC every1 , 카타르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인 MBC , SPOTV2 에서도 함께하는 중이다.

과거에도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유라인’, 이경규를 중심으로 한 ‘규라인’에 대한 풍문이 돌았다. 또한 여전히 그 둘을 비롯해 영향력 있는 S급 예능 MC들이 본인과 잘 맞는 출연자들을 선호한다는 건 비밀조차 아니다. 그럼에도 ‘뭉프’ 멤버들은 기존의 ‘라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본인들의 친분을 떳떳이 드러낸다. 떳떳하다 못해 과시적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시대 이후 출연자 간 케미스트리는 언제나 중요한 문제였지만, ‘뭉프’는 이것을 이미 완성된 개인 간 친분으로 대체한다. 서로 조심스럽게 관계를 형성하고 캐릭터를 발견 또는 인위적으로 부여하는 단계는 건너뛰고 이미 모두가 아는 조합의 멤버가 포맷만 바꿔 등장하는 식이다. 그런 면에서 의 제목은 다시 한번 자기 예언적인데, 이후 방송에서의 그들은 정말 패키지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안정환이 메인 MC 역할을 하는 MBC 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미 친분이 있는 두 명 이상이 채집과 낚시로 무인도에서의 고된 시간을 버티며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담아낸다. 관계를 맺는 과정은 생략된다. 안정환 역시 최근 회차에서의 추성훈이나, 예전 에피소드에서 함께한 최용수, 현주엽 등과의 친분을 당연하듯 드러낸다. 싸우는 것과 뭉치는 것, 서로 다른 듯싶지만 싸우기 위해선 뭉쳐야 한다. 갈등을 위해서조차 친분으로 묶인 패키지가 필요하다. 물론 안정환, 최용수 조합이 안정환, 김용만 조합처럼 예능에 익숙하거나 친숙하진 않지만, 이미 숙달된 예능인인 안정환과의 관계성 안에서 최용수는 어렵지 않게 자신의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었다. 의 김명진 PD는 언론 인터뷰에서 “ ‘찐친’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진정성”을 인기 요인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최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찐친 케미’라는 키워드를 예능 관련 기사에서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로그인 아직 회원이 아니신가요? 경향신문 콘텐츠입니다. 기사를 계속 읽으시려면 로그인을 해주세요. 회원가입 로그인 리스크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냐 아니냐의 문제라면 차라리 편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방송에서 ‘찐친’으로서의 관계성이 출연자의 필수 자원이 될수록 시장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의 이광수는 SBS 에, ‘뭉프’의 정형돈은 MBC 에, 안정환은 MBC 에 별다른 연고 없이 모험적으로 섭외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젠 주요 출연자와의 ‘찐친’이 아니라면 방송 안에서 관계를 형성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 친분은 불특정 다수를 배제할 권력이 된다. 좀 더 정확히 말해 권력이 있는 쪽의 친분만이 권력이 된다. 을 비롯해 ‘찐친 케미’를 강조하는 프로그램 출연자의 다수가 남성들인 건 우연이 아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기울어지며 이미 크게 기울어 있던 젠더 권력의 불평등은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 자체 남초 예능인 에 출연한 허재는 너무 쉽게 예능 원석으로 과대평가됐고 KBS 에서 자연스럽게 현주엽과의 패키지를 구성해 그의 예능 안착을 도왔다. 박항서 감독과 김남일이 안정환과 tvN 을 촬영하는 건 어떤가. 역시 에 용병으로 등장했던 김병현은 이후 MBC 에서 안정환과 재회했으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만들어진 TV조선 에서 허재, 이천수와 고정 멤버로 조우했다. 심지어 이들은 과거의 불미스러운 사건조차 ‘성질머리 1등’이라는 캐릭터로 미화되기까지 했다. 그러니 요즘 유행하는 ‘스포테이너’라는 말은 기만적이다. 남성 운동선수 출신의 방송 진출이 쉬워졌을 뿐이다. ‘찐친 케미’ 역시 남자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것을 중립적 표현으로 가린 것에 가깝다. 뭉쳐야 뜨는 건 사실이다. 그들만 그렇게 쉽게 뭉쳤고 쉽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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