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민중의 벗,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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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벗 뉴스

신경림

시인 신경림은 알아주는 주당이었다. 서울 길음동 집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단골 선술집에 들르는 날이 많았다. 시인은 그 술집 주인의 딸을 위해 두 편의 시를 지었는데, 사연이...

시인 신경림 은 알아주는 주당이었다. 서울 길음동 집으로 곧장 가지 못하고 단골 선술집에 들르는 날이 많았다. 시인은 그 술집 주인의 딸을 위해 두 편의 시를 지었는데, 사연이 있다. 당시 연인이 지명수배를 당해 희망이 없다는 술집 딸의 얘기를 듣고, “결혼하라”고 부추겼다고 한다. 결혼식 주례까지 선 그는 주례사는 1분 만에 끝내고, ‘너희 사랑’이란 축시를 읽었다. 그 흥에 나중에 덤으로 쓴 시가 ‘가난한 사랑 노래’이다. 이 시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시구는 언제 읽어도 콧등을 찡하게 한다.

신 시인이 문단에 이름을 알린 건 1956년 동국대 영문과 시절 ‘낮달’ 등을 문학예술지에 실으면서다. 그러나 절필하고 각지를 떠돌며 광부·공사장 잡부·영어학원 강사 등을 하며 지냈다. 김관식 시인의 손에 이끌려 서울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10년간의 체험이 그가 ‘민중시인’으로 서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그는 서른일곱에야 첫 시집 를 자비로 출간했다. 시집은 입소문이 나면서 무섭게 팔려 나갔고, 창작과비평사는 이 시집을 창비시선 1호로 출간했다. 당시 는 1만부 이상 팔렸다. 경향신문은 “서정주 시집이나 소월 시집 이후 최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시인이 계를 들어 자비로 시집을 내던 종전에 비하면 이 같은 현상은 기적”이라고 썼다. 는 한국 현대시사에서 민중시의 지평을 연 시집으로 평가받는다.

시인은 시 힘을 빌려 세상을 바꾸고 싶어 했다. 1975년 평론가 백낙청 등과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세웠고,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다. 문학과 삶을 일치시키려 애썼던 그는 세상 현안에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냈다. 그랬던 시인이 그제 별이 되어 하늘에 올랐다. 시인은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이 잘살고 그 아들딸들이 마음 놓고 잘사는 나라’가 수록된 어린이 잡지 ‘별나라’를 좋아했다고 한다. ‘별나라’가 아닌 세상에서 ‘이웃’을 위해 우리는 어떤 사랑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이라는 호명 속에는 ‘가난’이 읽히지 않아 씁쓸하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신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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