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에 ‘역사의 종언’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이데올로기의 죽음과 함께 탈역사의 도래를 주장했다. 그런데 그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오늘 한국사회에서는 이념 논쟁이 다시 뜨겁다. 게다가 이 논쟁의 화두를 윤석열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제공했기에, 이의 파장 역시 크다.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맹공한 데 이어 얼마 전에는 “기본적으로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는 실용도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대선 때는 “낡은 이념으로 국민 편 가르지 않고 경제 도약을 이루는 데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고 하면서 강조했던 실용과 민생의 자리에 이념문제가 둥지를 틀었다. 정치적 맥락을 잠시 접어둔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그는 가장 철학적인 대통령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흔히 이념보다는 실용을, 이상보다는 현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정치가의 일반적인 특성이다.
그는 인간의 이상적인 동기들이 점차 사라지는 대신 세상에 나오자마자 곧 낡아 버릴 발명으로 채워질 미래 속으로 흡수되는, 오로지 향상되는 생활 수준에 젖어 있는 탈역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우리가 탈역사 시대에 산다면 미래에 대해서 더는 이야기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니체는 “대지 위에 만물을 작아지게 만드는 마지막 인간이 뛰어다닌다. 이 종족은 벼룩처럼 없애기 힘들다. 마지막 인간은 가장 오래 사는 종족이다”라고 묘사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이 마지막 인간을 ‘말인’으로 번역하는데, ‘인간말종’이라는 단어도 있으니 마지막 인간의 의미를 더 쉽게 이해시켜준다는 느낌도 든다.
오늘날 지배 엘리트는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정치적 계급’을 형성하고 촘촘히 엮인 그들만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념 창출에 골몰한다. 그러나 이 이념은 대개 기술발전과 경제운용이라는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래서 어떤 신비스러운 이념으로도 포장되지 않아 투명해진 이런 상황을 겔렌은 ‘수정화’나 ‘정지된 토대 위의 운동’이라고 묘사했다. 그래서 흥미 삼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에 공산전체주의라는 단어를 입력해 보았다. 예상대로 공산주의에 대한 답변만 반복한다. 그렇다면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를 특별히 사용해야 할 동기는 어디서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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