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사람을 죽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공모하여 총으로 쏴 죽였다. 총이 어디서 났는지도 모르겠다. 계속되는 살인 예고 등등, 요즘 충격적인 뉴스를 많이 접한 탓이다. 경계선에 선 고립된 젊음이 컴퓨터 게임 속에서 죄의식도 없이 막 죽이듯, ‘나는 죽인다. 고로 존재한다’, 그런 기분인 걸까. 바야흐로 자살의 시대에서 살인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긴 전쟁이야말로 무차별 랜덤 살인의 극대화일 것이다.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50만 명의 사람이 죽었다. 2000년대쯤이면 세상의 전쟁은 종식될 줄 알았던 건 순진한 착각이었다. 핵폭탄을 만든 오펜하이머가 꿈꾼 전쟁 종식이 더 큰 전쟁의 서막이 된 건지도 모르는 것처럼. 사람을 죽인 꿈을 꾼 건 아마 요즘 권총을 많이 그려서일 거다. 그림의 떡이 아닌 그림의 권총이다.
오래전 보았던 텔레비전 드라마 ‘수사반장’ 중 인상 깊은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부잣집 아들이 구두를 닦는 같은 반 친구의 아버지에게 매일 외상으로 구두를 닦는다. 아버지가 돈도 받지 못하고 구두를 닦는 걸 본 아들은 살의를 느낀다. 부잣집 아들이 다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 영감에게 목돈으로 주려고 통장을 만들었어.” 그걸 모르는 구두 닦는 아저씨 아들은 어느 날 부잣집 아들을 죽여서 파묻는다. 요즘의 ‘묻지마’ 살인은 미국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제목이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승인된 총기 소유는 맘만 먹으면 아무나 죽일 수 있도록 오·남용된 지 오래다. 드디어 이 땅에도 시작된 랜덤 분노 시대는 미국의 총기 난사 사건이 드디어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조차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미국에 대한 해묵은 분노의 폭발이라는 이유가 있었다. 사춘기 시절 읽었던, 지금으로부터 81년 전에 탄생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야말로 미래를 예견한 지금 여기, 불행한 시대의 초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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