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와중에 발표된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폐지 방침은 주요 매체들의 1면을 장식한 뉴스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21차 민생토론회에서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국민의 거주비 부담을 급등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민생을 악화시켰다”며 정책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조세 정의와 세수 부족 문제에 집중된다. 당장 한겨레는 공시가 현실화 폐지는 공정과세 기반을 허무는 ‘퇴행’이라고 공격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공정 과세의 인프라를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점을 들어 대통령 발언에는 “공정한 과세라는 관념 자체가 없다”고 비판한다. 반면 한국경제는 정부 발표를 긍정 평가하고, 차제에 부동산세제를 더 단순 명료하게 손질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공시가격과 시세의 차이가 크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는 응능원칙이라는 조세 기본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공시가격 현실화의 ‘속도 조절’ 대신 ‘폐지’를 택한 정부 결정이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라는기사는 국토교통부가 적정 현실화율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11월 발표하기로 해놓고 선거 전에 현실화 폐기 방침부터 앞당겨 발표한 점을 지적한다. 결국 현재 시세의 70%선인 현실화율을 유지하겠다는 의도지만, 이 또한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권도 고개들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종섭 호주 대사·황상무 시민사회수석에서 비롯된 치명적인 감점 요인을 애써 모른척하던 대통령실이 그나마 오늘 자진 사퇴 방식으로 황 수석의 경질을 결정했다. 이 대사 문제는 어떻게 수습하고 여권의부담을 덜어줄지 지켜보자. 직업이 골퍼인 선수들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들고 샷을 망치곤 한다. 혼탁한 선거판에서는 고개를 드는지조차 모르는 후보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안다. 누가 고개를 드는지.기사는 이재명 대표가 20일 강원 유세에서 “박근혜 정권조차 우리가 내쫓지 않았느냐”며 기세를 올렸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이 나라 주인이다”면서 “충직한 일꾼은 커녕 주인을 물려고 대드는 일꾼·머슴·종을 이제는 해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가만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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