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이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방황하던 1942년 일본 유학 시절, 김수영 과 동숙하던 이종구가 ‘사랑하는 조카딸’이라며 예뻐하던 여섯 살 아래 김현경 을 소개한다. 김현경 은 이종구와 김수영 을 모두 ‘아저씨’라 부르며 문학을 논한다.
김현경은 첫사랑 배인철 시인을 총격으로 잃고 신문에 실리며 구설에 오른다. 김수영 시인은 고립된 김현경을 가장 먼저 찾아와 “문학 하자”고 말한다. 문학이 사랑이자 구원이었던 둘은 관습을 뛰어넘어 동거하고, 결혼한다. 임신한 김현경을 두고 의용군으로 끌려간 김수영은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포로로 붙잡혀 2년3개월간 구금된다. 김수영은 일자리를 찾아 피란 수도 부산에 내려가고, 뒤따라간 김현경 역시 일자리를 청탁하러 이종구를 찾아갔다가 그 집에 머물며 살림을 도맡게 된다. 내심 김현경을 짝사랑했던 이종구는 김현경이 아들을 맡겨둔 친정집에 매달 월급의 절반을 떼어 생활비로 부쳐준다. 김수영 시인이 6개월 뒤에야 찾아오지만, 김현경은 “먼저 가세요”라며 돌려보낸다.
서울로 환도한 뒤에도 한동안 이종구와 살던 김현경은 어느 날 몰래 집을 나와 방을 얻는다. 신춘문예 준비에 매진하던 김현경은 1955년 봄, 김수영에게 만나자는 엽서를 쓴다. 말끔한 차림으로 약속장소에 나온 김수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날부로 김현경과 부부의 연을 다시 이어간다. 더, 스토리 - 백년의 사랑 다시 합친 김현경과 김수영은 비로소 가정다운 가정을 꾸리게 됐다. 친정에 맡겨뒀던 아들 준도 데려왔다. 김수영 시인은 소리에 민감했다. 조용한 곳을 찾아 성북동 백낙승의 별장으로 이사했다. 울창한 정원과 바위, 폭포가 있는 멋진 집이었다. 그런데 귀가 어두운 별장지기가 종일 라디오를 큰 소리로 켜두는 게 문제였다. 결국 소음이 없는 독채를 찾아 마포 서강으로 이사했다. 한 1000평 되는 땅에 낡은 농가가 한 채 덜렁 있는 집이어서 김수영이 시를 쓰기엔 완벽한 환경이었다.김현경은 살림살이를 죄다 던져도 괜찮은 것들로 바꿨다. 창호지가 붙어있던 미닫이문엔 합판을 덧대 달고, 사기그릇 대신 깨지지 않는 놋그릇을 썼다. 재떨이도 나무로 된 거로 바꿨다. 안전한 환경으로 바꾼 것 중 제일은 닭을 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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