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의 반은 기억나고 반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만큼 술을 많이 마시고 필름이 자주 끊겼다. 여중, 여고를 아주 조신하게 다녔던 나는 남자 많은 공대에 들어가 제대로 술독에 빠졌다. 술만 마시면 평소에 참았던 말이 터져 나오고 안 추던 춤을 추고 안 부리던 객기를 부렸다.
대학교 오티 날이었다. 남자에 대한 숫기라곤 전혀 없었으니 공대 학부가 한자리에 모이는 오티에서 너무 많은 남자들을 한꺼번에 보는 일이 부담스러우면서도 꽤나 설렜나 보다. 저녁 술자리 타임이 왔다. 재수를 하는 바람에 같이 재수를 했거나 삼수를 한 동기들끼리 자연스레 같이 둘러앉았다. 다음 날 선배들과 동기들은 날 노려보며 씩씩대긴 했지만, 절교를 선언하진 않았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로 나는 오랜 세월 조신함과 필름이 끊겨 아무 소리나 지껄이는 고주망태 사이를 왔다 갔다 한 것 같다. 더 이상 술에 취하지 않게 된 건 결혼하고 3~4년 후부터였다. 그는 내가 다섯 병의 소주 신화를 말할 때 50병을 마신 일화로 되받아쳤고, 내가 필름이 끊겼을 때 바로 제정신이 돌아올 만큼 꽥 소리를 질렀으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못 하고 술의 힘을 빌려 눈물부터 흘리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내가 에라 모르겠다 맨 정신에 말을 따발총으로 하면 그건 또 누구보다 귀 기울여 잘 들어주었다. 더 이상 필름이 끊기지 않고 1년을 맨정신으로만 보낸 어느 날, 1년이 이렇게 길고 알찬 적이 없었단 생각이 들었다. 말하고 싶을 때 말을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난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술의 힘을 빌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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