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동물원을 돌며 마주친 곰들은 분주하다. 농장에서 태어나 야생을 경험한 적 없는 곰들이 낙엽을 모아 땅에 자리를 만들고 있다. 다른 곰은 가슴 위 반달무늬가 가려질 정도로 낙엽을 가득 안고 가 나무에 걸린 해먹에 넣고 푹신하게 만든다. 살아갈 방법을 혼자 배운 곰들이 기특하다.
2021년 불법 증식된 새끼 곰들을 환경부와 몰수하러 여주에 있는 농장에 갔다. 뜬장에서 떨어지는 곰들의 분변과 빗물이 섞인 농장 바닥을 비닐 장화로 휘저으면서 들어갔다. 겁에 질려 철창에 매달린 어린 곰들의 엉덩이에 파이프를 불어 마취주사기를 꽂았다. 철창 안쪽에 잠들어 있는 새끼 곰의 다리를 잡아당기자 뜬장 바닥 분변에 미끄러져 나왔다. 새끼 한 마리의 몸집은 다른 한 마리의 반밖에 되지 않았다. 제한된 먹이를 한 마리가 차지하다 보니 다른 한 마리가 잘 먹지 못해 생긴 차이로 보였다. 오물 바닥을 헤치며 새끼 곰들을 데리고 나올 때 양쪽 철창에 매달린 수십 마리 곰들의 아우성을 들었다. 새끼 곰들을 동물원에 데려다 놓은 그날 저녁 두고 온 곰들의 소리가 귀에 남아 못 이기는 술을 꽤나 마셨다. 다음날 밝은 곳에서 만난 어린 곰들은 분변에 털이 엉겨 지저분해 보였고 사람이 드나드는 출입문에서 가장 먼 벽에 서서 겁먹은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농장 곰 반이와 달이를 데려온 2018년, 환경부에서 소집한 동물원 관계자 회의는 시민 모금으로 구조된 곰들을 데려갈 곳을 찾는 자리였다. 여느 동물원들이 주저하는 사이 곰을 데려오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듬해 국비 포함 2억원을 곰사 개선비용으로 받았다. 입사 이래 처음 받아본 큰돈이었다. 시멘트 바닥에 누워만 있던 동물원 곰들의 환경도 덕분에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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