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최상목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족보도 없는 '역동경제론'을 들고나와 마치 정부의 국정 기조인양 포장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자유시장경제가 주도하는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복원하겠다 하니, 듣기만 해도 가슴마저 웅장해지는 느낌이다. 흡사 이명박 정부의 '747'이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생환한 듯한 착각이 든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경제 상황에서 시장 실패를 경험하는 경제 주체가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는 빠지고 모든 걸 시장에 맡기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얼굴이 화끈거릴 때가 있는데, 관치 수장의 무능함과 뻔뻔함을 마주하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2기 경제팀이 들어서면서 권한만 있고 절대 책임지지 않는 관치카르텔이 만개하고 있다. 부채발 민생위기, 부동산발 경기 침체 등 민생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철 지난 시장주의 신념에 올라탄 무능한 경제관료에게 또다시 나라의 운명을 맡겨야 할 처지다.한국경제는 내수·수출 동반 부진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저성장 함정에 빠진 상태다. 그동안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워 3% 내외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저성장을 방어해 왔지만,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차이나 리스크가 발현하면서 1%대 성장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수출경제의 버팀목인 대중국 수출은 반중국 정서가 확산되면서 2021년 25.3%에서 2022년 22.9%로 하락했다가 올해 10월 다시 18.2%로 쪼그라들었다. 핵심 경제지표가 코스닥 잡주처럼 추락하는 경우는 금융위기 때가 아니고서는 경험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윤 정부의 경제라인이 맥락도 없는 건전재정 중독에 걸려 올해 60조 원 안팎의 역대급 세수펑크를 냈다. 정책 수단에 불과한 건전재정이 국정 목표로 변질되면서 민생경제는 긴축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물가·고금리 충격을 맨몸으로 견뎌야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 할수록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되고, 민생경제는 더 깊은 내수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진짜' 건전재정은 재정의 경기 대응력을 높이는 전문 역량을 보이는 것이다. 경제가 좋을 때는 긴축을 통해 경기 과열을 미연에 방지하고, 경제가 어려울 땐 확장 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과 같은 비상경제 상황에서는 확장적 민생재정을 통해 민생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곳간을 채우는 전문 역량을 보여야 한다.최근 기재부, 한국은행, 금융위가 갑자기 나타나 가계부채 해결사를 자처하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단언컨대, 가계부채를 키운 주체는 한국은행이고, 공범은 팬데믹 이자폭리를 방치한 금융관료들이다. 이 중에서도 가계부채의 7할은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실패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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