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헌터’는 70여년 전 국가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집단살해사건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아무데나 버려져 묻힌 이들과,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며 사라진 기억을 찾아나선 이들이 주인공이다. 매주 2회, 월요일과 수요일 인터넷 한겨레에 올린다. 극단 신세계가 글을 읽어준다.
본헌터란 무엇인가. 뼈에 눈을 번뜩이는 사냥꾼이다. 숨은 뼈를 찾아내는 사냥꾼이다. 그 뼈에 담긴 수수께끼를 푸는 사냥꾼이다. 이제 내 입을 빌려 말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가져본다. 풀지 못한 매듭, 그리고 어떤 아쉬움에 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본헌터로서 나는 산에서, 섬에서, 평야에서 땅 속을 파헤쳐 뼈를 꺼내고, 닦고, 분석하다가 늙어버렸다. 전선의 맨 앞에서 적의 총알받이가 돼야 했던 국군 전사자, 전쟁기에 결코 있어서는 안될 광기에 의해 떼죽음을 당해야 했던 민간인 희생자, 일제강점기에 머나먼 타국에서 강제노동 끝에 죽음을 당한 징용자, 그리고 실미도·선감학원 등 인권침해 사건의 희생자들. 식민지와 전쟁, 분단시대 권위주의 정부로 이어진 대한민국의 특별한 역사가 아니었다면 나도 이 일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 자취를 따라다니다 보니 세월이 갔다. 77에 가까워진 나이가 아찔하다.
2008년 3월25일부터 4월29일까지 2차에 걸친 발굴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발굴현장에선 고층 아파트가 막 올라가던 참이었다. 중국 당국의 협조를 얻어 공사를 중단하게 했지만, 깎아놓은 산을 어쩔 수는 없었다. 이제는 현장에 고층 아파트가 완전히 들어섰고, 다시 발굴을 하기는 무망하다. 그럼에도 안 의사가 묻힌 매장지 위치를 최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동원해 확정적으로 도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장추정지에 대한 남북 공식 입장은 원보산이지만, 아직도 원보산 반대편인 둥산포에 안 의사가 묻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에 그렇다.
2000년, 국군 전사자를 발굴하던 첫 해였다. 치열한 낙동강 전투가 벌어졌던 왜관의 한 발굴현장에서 철모와 그 안에 들어있는 머리뼈를 발굴했다. 광대뼈의 구조와 턱의 형태, 치아로 볼 때 백인이었다. 철모는 소련제였다. 혹시 스탈린이 보낸 구 소련 군사고문단의 일원은 아니었을까. 그들이 낙동강 방어선까지 내려왔다는 역사적 증거는 없었다. 철저한 감식을 통해 그 증거를 찾을 수도 있는 기회였다. 지금에서야 통탄하는 바다. 그때는 일단 증거만 남기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일찍이 화장을 해버렸다. 사진도 필름 카메라로 엉성하게 남길 때였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시민참여 형태의 유해발굴단이 어려워졌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유해발굴의 주체로 서면서 발굴참여자에 관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조사기관은 이 법에 따라 규모·장비·인적 구성 등을 갖추어야 한다. 가령 발굴단의 중요직책은 문화재 관련 학과 출신이어야 가능하다. 내가 2023년 하반기부터 발굴작업 실무에 손을 뗀 이유이기도 하다. 나와 함께 10여년간 유해발굴 경험을 쌓아온 능력있는 친구들이 더 이상 발굴작업에 참여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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