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명절을 앞두고 아버지께 연락이 왔다. 큰집에서 더는 모이지 말고 각자 제사를 지내면 좋겠다고 했단다. 명절 당일 점심이나 먹으러 오라는 아버지의 말에 얼떨떨했다. 갑자기 회사에서 특별 휴가라도 받은 기분이랄까. 아내에게 이 소식을 전하니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살짝 올라간 입꼬리는 감출 수 없었다.매번 명절 때면 차가 막힐까봐 이른 새벽부터 서둘렀다. 고속도로에서 사투를 벌인 후 도착하면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사촌들과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제사가 시작되었다.
결혼하고 첫 명절을 맞이한 아내는 이런 풍경을 몹시 당황스러워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내는 명절 때 친척들과 만나 가족 예배를 지낸 후 간소하게 음식을 나눠 먹고 헤어졌다고 한다. 평생 해보지 않은 절을 하는 과정도 우여곡절이 많았다.지금이야 지나간 추억으로 남았지만, 절을 해야 한다는 어머니와 못하겠다는 아내 사이에서 중재하느라 몹시 힘들었다. 그 갈등이 극에 달했을 땐 어디 한강에라도 뛰어들고 싶은 적도 있었다. 남자들은 편하게 있고, 여자들만 고생하는 명절의 모습 역시 아내에게 익숙지 않았고, 그것은 곧 우리 사이의 싸움으로 번졌다.
그런데 이렇게 뜻하지 않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아버지와 통화를 마친 후 고심하다가 아내에게 먼저 여행을 제안했다. 그 당시 양가 모두 가까이 살고 있어, 명절 당일 점심은 본가에서, 저녁은 처가에 다녀오면 나머지 연휴 기간은 오롯이 우리만의 것이었다. 결혼하고 10년 만에, 아니 태어나 처음으로 명절 때 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명절 당일 점심 때 본가로 향했다. 어머니께서 절대 음식을 해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아내는 전을 만들어 양가에 가져가자고 했다. 그래서 전날 아이들까지 총동원해서 전을 부쳤다. 종류는 명태전, 호박전, 깻잎전이었다. 아직 어렸던 둘째도 고사리손으로 열심히 누르고, 뒤집고 놀이처럼 신이 났다. 예쁘게 담은 전을 할머니 손에 드리며 얼마나 뿌듯해 하던지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저녁때 처가댁에 가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간단히 가족 예배를 마친 후 조촐하게 저녁을 함께했다. 다만 설거지 담당이 나로 바뀌었고, 뒷정리는 장인어른과 처남 몫이라는 것만 달랐다. 밤 늦도록 명절 때 방영하는 가족 영화를 보고 느지막이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속초로 여행을 떠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그 뒤로도 명절 때 가족 여행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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