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긴 바지가 또 터졌다. 워싱이 과하지 않고 핏감이 좋아 아끼던 블루진이었다. 나는 한 번 산 물건을 은근히 오래 쓰고 잘 못 버리는 편인데, 바지만큼은 예외다. 일단은 내 체형이 독특해 처음 바지를 살 때부터 애를 먹는다. 골반은 작은 편인데 허벅지는 굵다. 체중에 비해 배는 덜 나온 반면 옆구리 살이 많다. 이 때문에 허벅지에 맞춰 옷을 고르면 골반 쪽이 남고, 허리에 맞춰 옷을 고르면 허벅지가 끼고, 밑위가 짧은 바지를 고르면 어김없이 두툼한 ‘러브 핸들’이 생기고…….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어찌어찌해서 꽉 끼는 바지를 골라 입으면 자연스럽게 천이 늘어나 조금 편해지기 마련인데, 문제는 비로소 내 몸에 딱 맞게 바지가 늘어나는 그 시점 즈음에 어김없이 허벅지 안쪽, 그러니까 양 허벅지 살이 맞닿는 부분이 터지고 만다는 점에 있다. 봉제선을 따라 예쁘게 터지는 것도 아니고 문자 그대로 마찰로 원단이 쓸려 얇아지다 못해 구멍이 나는 것이니, 수선조차 힘들다.
국제 작가 회의 참석하게 돼 맞는 바지 없어 힘겹게 수선 역시나 5시가 되어 내가 가게 입구에 들이닥치는 순간 사장님은 마치 처음 겪는 일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대답했고, 옷 무덤에서 내 청바지를 건져 올리셨다. 내가 덩치에 비해 너무 작은 스툴에 앉아 핸드폰으로 넷플릭스를 보고 있는 사이 너무나도 어정쩡하고 기장이 긴 레귤러 핏 블루진이 비로소 내 몸에 맞게 고쳐졌다. 주말, 나는 무사히 그 청바지를 입고 국제 작가 회의에 참가했다. 한 세션 당 3시간이 넘는 기나긴 행사였는데, 실은 허벅지가 사정없이 조여서 힘들었던 점을 밝힌다. 나와 함께 참석한 동료는 내 귀에 대고 “너 왜 이렇게 스키니 진을 입고 왔어. 요즘엔 레귤러 핏이 대세래”라고 말했고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거 레귤러 핏으로 나온 거야”라고 대답했고 친구는 터져나갈 듯한 종아리를 보며 빵 터졌다. 레귤러의 사전적 정의는 이러하다. 보통의, 평상시의 , 균형 잡힌……. 레귤러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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