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 ‘오우바’와 ‘친구’ 손잡고…경계를 넘어 ‘꽃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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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쓰인 최초의 ‘표준 한국어’조선 왕실 출발한 함경도서 유래중국 내 조선어도 같은 뿌리...

중국 옌볜 조선족 자치주 옌지시의 옌볜대 앞 상가 건물. 옌지시 ‘핫플’인 이곳엔 규정에 따라 한자와 한글이 대등하게 쓰인 간판이 걸려 있다. 장쉬 제공세대 바뀌어도 일상 속 무한 변주잠결에 들려오는 안내방송에 소스라치듯 잠을 깬다. 이곳은 틀림없는 중국 땅, 그런데 열차의 안내방송이 한국어로 나온단 말인가? 열차에서 내린 후 역사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낯익은 한글 안내문이 보인다. 그렇다. 여기는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주도 옌지시다. 중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14번째로 인구가 많은 조선족의 중심지다. 이들의 고유한 언어인 조선어가 중국어와 대등한 대접을 받는, 길거리나 시장 어디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리는 땅이다.

그런데 이 땅의 말에 대한 오늘날의 우리 통념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을 비롯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들리는 이 땅의 말은 험악하기 그지없다. 이 지역 사람들끼리 하는 말을 엿듣다 보면 이들 표현대로 ‘알아 못 들을 말’이 태반이다. 오르내림이 심한 억양, 익숙하지 않은 단어와 말끝 등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수교 이후 한국에 온 동포들이 약장수, 공사장과 식당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들에 대한 비하가 이들의 말에 대한 평가에 투영되기도 했었다. ‘댜는 무스거 셰샹 모르는 숨탄 즘시텨르 보여도 됴혼 늦으 한단 말이오’란 말은 외국어처럼 들린다. ‘저 아이는 무슨 세상 물정을 모르고 그저 생명을 갖고 살아 움직이는 짐승처럼 보여도 잘될 조짐을 보여준다는 말입니다’로 번역해도 대응시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리 말하던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떴고 그 이후의 세대들은 이들이 ‘한국말’이라 부르는 남쪽의 표준어에 익숙해졌다. 표준 한국어를 쓰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말과 글의 풍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거리의 간판이다. 옌지시의 간판은 중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때깔’이 다르다. 붉은색 일색에 한자가 커다랗게 박힌 여느 간판과 달리 알록달록 다양한 색에 한글이 한자와 함께 표기되니 이국적인 느낌까지 물씬 풍긴다. 게다가 ‘한국물’을 먹은 주인장과 손님들, 그리고 ‘한류’를 느끼고자 하는 중국인들까지 몰려들고 있으니 이 지역의 간판이 자아내는 풍경은 다른 지역과 사뭇 다르다.

성수기에는 발 디딜 틈이 없는 서시장 또한 말과 글의 물밑 전쟁을 잘 보여준다. 다른 가게가 같은 식재료를 팔더라도 품목 이름은 한자 또는 한글로 적혀 있다. 양쪽을 다 적어 놓기도 한다. 이들의 손글씨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니 철저하게 장삿속으로 언어를 선택한다. 상인들은 손님의 차림만 보고도 한국인과 중국인을 구별해 호객을 한다. 물론 곱게 화장하고 예쁘게 차려입은 ‘아즈마이’가 주인인 집에서는 한국 손님도 한국말로 바로 흥정을 해도 된다. 이런 분들은 팔 할이 우리 동포이니 말이다.옌지시의 한글 간판이 이렇게 화려함을 자랑하지만 이들의 민족어인 조선어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조선어를 쓰지 않으니 민족어가 계승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과거 조선족 마을에는 압도적으로 조선족이 많아 한족마저도 조선어를 쓸 정도였으나 오늘날은 그런 집거지가 대부분 해체되었다. 조선족 학교가 여럿 있었고 이 학교 출신은 대학 진학에도 유리한 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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