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의 말과 글의 풍경]이 땅의 모든 말과 함께하는 제주말의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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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모든 말과 함께하는 제주말의 블루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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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곧 내릴 준비를 하는 듯 가까운 곳에 있지만 바다 건너에 있으니 뭍의 사람들에게 제주 여행은 해외여행이다. 해외여행은 색...

제주의 ‘말’은 뭍과 같은 발음받침 있는 앞글자의 소리가 복사해외여행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비행기가 뜨자마자 곧 내릴 준비를 하는 듯 가까운 곳에 있지만 바다 건너에 있으니 뭍의 사람들에게 제주 여행은 해외여행이다. 해외여행은 색다른 풍광과 별난 먹거리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다른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떠난다. 그러나 제주도는 바다 건너에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을 쓰는 곳이니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방심하고 있다가 제주 땅에 들어서면 눈과 귀로 밀려드는 낯선 표기와 말에 당황하게 된다. 이 당황스러움을 누군가는 흥미로워하고 누군가는 불편해한다.

이란 산문집에서 제주의 작가들은 제주어가 차츰 사라져가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돌하르방에 하소연한다. 큰일이다. 제주어가 사라진다니. 안타깝지만 방언 연구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이들은 틀렸다. 옛날에 제주에서만 쓰던 말만이 제주말인가? 제주 사람들끼리만 통하는 말이 제주말인가? 오늘날의 제주 사람들이 쓰는 말은 오염된 말인가? 전통을 지키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제주말을 박물관이나 민속촌에 가둬야 한다는 말인가? 문제는 뭍에서 온 사람, ‘뭍엣것’이다. ‘섬것’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뭍에서 온 이들은 그렇지 않다. 제주어가 많이 달라 소통이 안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준비 없이 제주도에 온다. 해외에 가게 되면 못 먹고, 못 싸고, 못 잘까 봐 단어 몇 개라도 외워서 가는데 가까운 해외인 제주도에 올 때는 빈 머리와 빈 가슴으로 온다. 그러니 제주도 사람들이 뭍의 말을 잘 ‘랄아듣고’ 뭍의 사람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뭍의 말을 쓴다.

제주어의 순수성을 고집하며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믿는 이들이 돌아봐야 하는 지점이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고립과 단절의 공간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고립과 단절의 공간이 되기를 원하는 이들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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