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늘 정치에 관한 관심으로 꽉 차 있다. 선거철이 되면 몇배로 증폭된다. 어떻게 보면 온 국민이 정치평론가다. 내 주변에서도 정치 얘기만 나오면 특정 정치인들의 계보와 학연, 지연, 경력 등에 대해서 줄줄 읊어대는 사람들이 천지다. 명색이 정치학자인 내가 끼어들 새도 없이 자기들끼리 정치 논쟁하느라 바쁘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정치에 대한 구조적인, 역사적인 이해력은 거의 없다. 사실 나는 글로벌 정치나 녹색 정치 등에 집중해서인지 정치인들에 관한 세세한 사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치에 대한 이미지도 부정 일변도다. 가령 “그 사람 참 정치적이야!”라는 발언은 그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치라 하면 ‘권모술수’가 떠오르니까. 국회의원이나 시도의원에 출마하겠다는 욕망을 표출하면 그건 축하할 만한 일이 되기보다는 이기적 권력욕 즉 ‘출세’ 욕망을 마침내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것은 정치가 그동안 믿음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지만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이 도덕주의나 정형화된 이념에 지나치게 몰두한 탓도 있다. 이런 신념을 갖고 있으면 정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정치의 본질은 ‘진흙탕’ 속의 타협인지라 민주정에서도 순수한 동기 혹은 이념에 따라서만 정치를 해나갈 수는 없는 탓이다. 갈등이나 타협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념주의자와 도덕주의자가 너무 많다. 하지만 “갈등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엔진”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여기서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치를 시장경제 영역으로부터 되도록 제거하려는 세력이 어느 민주적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관치경제와 정경유착 및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나 제도는 분명 문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세력은, 자본과 시장의 ‘독재’를 막기 위한 국가나 사회의 경제 개입, 즉 정치적 제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개방, 경쟁, 탈규제는 만병통치약이고 국가개입, 규제, 계획은 시대착오적인 관습으로 인식된다. 한마디로 이들에게는 정치 논리에 대한 경제 논리의 우월성이 자동으로 전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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