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건강의 개념과 기준, 회복의 의미를 다시 쓰는 작업이 필요하다. 배우가 자신의 질병과 삶을 말하는 시민연극 는 온전하게 아플 수 있는 ‘질병권’을 생각하게 한다. 위 사진은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장면, 아래 사진은 연극 연습 현장이다. 김덕중·다른몸들 제공
여섯 개의 이야기 중 나의 발목을 낚아챈 장면이 있었다. “네가 나으면, 그런 모습일 것이다”라고 낙관하는 연인에게, 자신은 나을 수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 장면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상의 정상성을 규정한다는 것. 사랑해서, 사랑하니까, 사랑하고 싶어서 가까운 이가 더 희망적으로 아픈 ‘나’를 부정하는 모순이 박히듯 아팠다. “운동을 안 해서, 잠을 안 자서, 담배를 피워서, 인스턴트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인간의 모든 선택이 매 순간 건강에 긍정적인 방향일 수 없음에도, 병에 걸리면 결과론적으로 환자의 모든 행동이 줄줄이 심판대에 오르는 것이다. 서로 다른 질병을 앓는 여섯 명의 배우에게 비슷비슷한 평가와 훈계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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