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근우의 리플레이]좋은 코미디를 고민한다는 ‘코미디로얄’의 의도가 공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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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사랑하는 코미디는 없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코미디는 있을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

모두가 사랑하는 코미디는 없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코미디는 있을 수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의 2번째 에피소드 제목 ‘모두가 사랑하는 코미디는 없다’를 보며 든 생각이다. 총 3라운드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 에선 TV와 유튜브를 통틀어 현재 코미디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영건’ 15명과 5명의 마스터가 팀을 짜 라운드마다 각기 다른 과제로 코미디 대결을 벌여 탈락 팀을 정하는데, 해당 회차에서 1라운드 탈락 팀이 나왔다. 현재 뉴미디어 코미디를 대표하는 메타코미디 클럽 멤버들과 대표 정영준으로 구성된 정영준 팀이었다. 물론 첫 라운드 과제가 콩트인 만큼 공개 코미디 경력이 오래된 황제성, 이상준, 김두영 등이 포진한 문세윤 팀, 탁재훈 팀이 유리했던 건 사실이다. 심지어 문세윤 팀은 첫 콩트 반응이 저조하자 tvN 최고참이던 문세윤이 직접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니 정영준 팀의 첫 라운드 탈락이 아주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

의외인 건 그들이 원숭이의 교미를 소재로 짠 콩트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서도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다. 타 팀 마스터인 이경규가 해당 개그를 보고 버럭 화를 낸 것에 시청자 상당수가 공감하기도 했지만 그의 말대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성행위 묘사를 해서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21년 전 군 복무 시절 중대 회식 장기자랑에서 휴가증 좀 타보겠다고 페트병을 성기처럼 들고 섹스 흉내를 내던 타 소대 선임들의 몸부림을 보는 것 같았는데, 당시 20대 초반 군인들 사이에서도 재미없고 그냥 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웃음의 미학은 미추 사이 회색지대 어느 즈음에 있으며 그것이 한없이 추에 가까워질 때 불쾌해진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가 외면하는 코미디라는 뜻은 아니다.

정영준 팀의 콩트는 많이 실망스러웠지만 단 2시간의 빠듯한 준비 시간엔 누구든 잘못된 경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니 마스터이자 메타코미디 클럽의 수장으로서 정영준이 비난받는 팀을 대변해 변론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개그가 선을 넘었다는 이경규의 지적에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한 코미디는 아무도 안 보는 코미디가 된다”고 반박하며 “이경규 선배님께서 활동하시던 시대는 정말 모든 사람들한테 같은 코미디가 전달되어야 했던” 반면 이제는 “자기의 취향에 따라서 구독을 결정하는 시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발언 자체는 완전히 옳은 진단이다. 이제 더는 모두가 MBC 이 이번주에 어떤 도전을 했는지 다 아는 시대가 아니다. 웃음과 재미를 위한 공통의 지반은 해체되었고, 누군가의 ‘최애’가 다른 누군가에겐 ‘듣보잡’이 된 시대다. 메타코미디 클럽은 정확히 이러한 시대 진단 아래 특정 문화와 경험에 익숙한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고맥락 개그를 선보여 성공한 사례다.

이 지점에서 은 호불호가 갈리거나 평타 이상은 친 코미디 프로그램이 아닌, 안일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된다. 이기기 위한 자유경쟁은 그 자체로 멋있을 수 없다. 멋있는 승리란 무엇이냐는 제작진과 출연진의 고민이 구체화될 때 비로소 경쟁의 치열함은 승패 이상의 것을 남길 수 있다. 잠깐잠깐 드러나던 출연자들 각각의 좋은 코미디에 대한 생각은 그럼에도 실제 결과물의 형태로 구체화돼 부딪치지 못했다. 우승자와 우승 팀을 가리는 최종 3라운드가 어떻게 웃기느냐는 것보다 웃음을 참는 것에 방점이 찍힌 미션이 되며 최종 승리의 의미가 모호해지는 와중에, 결국 프로그램의 진정한 승리자로 다들 입을 모아 마스터인 이경규를 꼽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만이 프로그램 내내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개그와 없는 개그에 대한 전선을 그어나갔다. 이경규의 코미디 철학이 다 옳은 건 아닐 것이다.

앞서 모두가 외면하는 코미디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의 몇몇 저질스러운 개그가 거슬리긴 했지만 그것들을 염두에 두고 한 이야기는 아니다. 좋은 코미디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결국 무엇이 나쁜 코미디인지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동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은 전자에 대한 고민을 품고 경쟁시키되, 후자에 대한 갈등은 최대한 회피한다. 여기서 다시 한번 좋은 의도와 그렇지 못한 결과 사이의 간극이 벌어진다. 방송에서 곽범이 말했듯 “코미디의 종류는 다양하고, 웃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좋은 웃음은 정영준과 메타코미디 클럽이 추구하는 타깃형 고맥락 코미디에서 나올 수도, 오랜 경험과 생존에서 우러나온 이경규의 내공에서 나올 수도, 탁재훈의 토크 코미디에서 나올 수도, 이용진의 냅다 지르고 보는 욕설에서 나올 수도 있다. 당연히 열어놓고 경쟁해야 한다. 다만 다양성의 무조건적인 포용은 무엇이 좋은 웃음이냐는 질문 자체를 성립하지 못하게 한다. 이 역설 앞에서 의 야심은 자주 좌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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