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에서 종전과 다른 모습이 보인다. 첫째, 미국경제가 호조를 이어 나가지만 독일·한국·중국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종래에는 미국과 유럽 경제가 상호의존성이 높아 경기 동조성이 높았다. 한국과 중국 역시 미국의 수요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경기 흐름이 유사했다. 둘째, 팬데믹의 영향에서 벗어나 경제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한국경제가 선발주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경기 회복기에선 중간재와 부품 위주의 한국 수출은 다른 나라들에 앞서 수요 호조를 보였다. 탄광 속 공기의 질을 미리 알려주는 카나리아에 빗대 한국경제가 ‘세계 경제의 카나리아’로 불린 이유다.인플레이션에 대응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가 하강압력을 받고 있지만, 미국은 견조한 소비증가와 고용 호조 덕분에 예외다. 중국은 부동산 불황 등 내부 요인에 미국과의 마찰로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가 이동과 접촉을 제한하면서 자동차·가구·가전 등 내구재 수요가 증가했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중고차 가격 급등 등 제조업은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코로나 완화와 소비자들의 외식 등 서비스 지출 증가로 인해 지난해 중반부터 제조업은 불황에 빠져들었다. 올해 여름에는 미국과 유럽의 호텔, 식음료 등 접객서비스업이 사상 최대의 하계휴가시즌을 맞이했다. 한국·중국·독일은 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이 두드러지게 높다. 한국·중국은 27%대 중반, 독일은 19% 수준이다. 미국이 11% 수준이고 독일을 제외한 유럽국가들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현재 글로벌 수요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한국이나 독일, 중국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한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14개월 연속 하락할 정도로 부진한 판에 글로벌 경기에 대한 선행성은 나타날 수 없다.
제조업 사이클에 초점을 맞추면 한국경제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사점에 도달한다. 제조업 수요가 회복되고 중국경제가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한국의 수출 감소세가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 개선이 더해지면 회복세가 더욱 확실해질 수 있다. 미국경기가 약화한다는 것이 중론이고 주요국의 금리 인상 역시 경기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제조업 회복 사이클이 글로벌 경기 회복을 이끌거나 혹은 적어도 부진을 완화하는 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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