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작은 나라 부탄은 17세기에 국가의 역사를 시작했다. 북쪽 티베트에서 내려온 군벌과 라마승이 크고 작은 신앙 공동체를 세웠고, 이내 수십 개의 토호국으로 자리 잡았다. 후에 통일을 이루어 현재는 불교가 국교인 입헌군주국이다. 토호국 시절부터 공동체 운영과 티베트의 외침을 방어하려고 특별한 건축 형식인 ‘종’이 발달하게 되었다. 신정일체인 티베트와 달리 부탄은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되 상호 보완하는 ‘이원집정부’ 체제를 운영했다. 종은 행정관청과 불교 수도원이 병존하는 복합건축이며 견고한 군사 요새가 되었다.부탄의 중서부 푸나카는 1955년까지 왕국의 수도였고 그 중심시설인 푸나카종은 ‘큰 행복의 궁전’이라는 뜻이라니 부탄의 경복궁이다. 현재도 국왕의 결혼식이나 국회 개원식을 여는 국가적 상징공간이다. 대부분의 종이 산지에 위치하는 것과 달리 푸나카종은 두 강이 합류하는 평지에 있다. 아버지 ‘포’강과 어머니 ‘모’강이 3면의 자연 해자가 되어 천혜의 방어 조건을 갖추었다.
푸나카종은 3개의 광장을 중심으로 수십 동의 건물이 결합한 복합체다. 첫째 광장은 행정관청으로 여러 사무실과 대민시설이 밀집해 있다. 둘째 광장은 수도원 영역으로 불전과 복층의 승방들로 이루어졌다. 행정과 종교의 두 광장은 모든 종의 공통 요소지만 푸나카종은 가장 깊은 곳에 세 번째 광장까지 가지고 있다. 이곳은 건국 왕인 샵드룽의 미라가 보존된 최고의 성지다. 2개 층의 사무실과 승방이 두껍게 외곽을 두르고 광장에 면한 불전과 고승의 거처들은 3~6층으로 솟아 입체적인 경관을 이룬다. 외벽은 돌을 쌓고 흙을 발라 담백하지만 창문은 섬세한 목조조각과 단청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작은 나라의 어려운 환경에서 탄생한 ‘종’은 생존의 절박함을 초월적인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건축이다. 그림 같은 자연에 위치한 푸나카종은 그야말로 샹그릴라 같은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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