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폭염을 멀리 보냈다. 곧 추석이 올 것이다. 오래전 추석엔 극장가가 붐볐다. ‘미워도 다시 한번’ 같은 애정극, ‘OK목장의 결투’ 같은 서부극이 인기였다. 필자는 서부활극파였다. 악당이 총에 맞는 순간의 짜릿함이라니. 석양 속으로 사라지는 총잡이의 고독에 매료됐다. 불과 몇 초의 결투로 OK목장은 평정을 되찾는다. 소와 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어 먹을 것이다.계절이 바뀌어도 절대 안 바뀌는 것들이 있다. 머리와 가슴을 짓이기는 이분법 격돌정치. 국민도 진영화된 격투기에서 타협은 배신, 휴전은 굴종이다. 문패가 5년마다 바뀐다니 팬덤, 언론, SNS를 동원해 전투력을 증강한다. 출구 없는 목장의 혈투, 한국의 현실이 그렇게 됐다. 이름하여 ‘OC목장의 결투’.
C씨 천하 2020년 6월 파묘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국립묘지 안장 자격 박탈하기. 늦을세라 어느 초짜 의원이 친일반민족 행위자 파묘법안을 제기했고, 대전현충원에서 ‘파묘대상자 묘역찾기’ 대회가 벌어졌다. 본격적 부관참시는 그때 시작됐다. 친일장군들은 그러려니 했는데 중령 묘석에 검은 천이 씌워졌다. 알고 보니 흥남철수작전의 주역 김득모 중령이었다. 그는 어선과 LST에 8만 명을 태워 남쪽으로 보냈다. 그해 백선엽장군의 유해는 대전현충원 문 앞에서 일부 광복회원들의 저지를 받았다. 1980년대 노동문학의 기수였던 방현석 교수가 최근 『범도 1, 2』를 냈다. 포수, 의병, 독립군장으로 활약한 홍범도 일대기다. 서로·북로군정서와 연대한 항일투쟁을 그렸고, 최재형, 이위종, 의형제 21인과의 의기와 조국애가 구비마다 서렸다. 소설은 봉오동전투에서 끝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작가의 말’에서 필자는 잠시 멈췄다. 작가는 어느 날 대전현충원 홍범도 장군 유해 앞에 꿇어앉았는데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했다. ‘뇌수까지 일본인이 되고자 외쳤던 자들 묘지가 그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절을 하면 친일파 장군들이 받을까 저어했다고 했다. 백선엽처럼 국군 창설에 기여했고 6·25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운 전선 지휘자들이 그곳에 묻혔다. 그러나 모두 황군 경력을 가졌으니 저어할 만도 했다. 봉오동전투 이후 카자흐스탄의 홍범도 행적에 전문가들도 엇갈리기는 한다. 그래도 항일투혼의 그 ‘순정함’으로 그들의 회개를 해량할 수는 없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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