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람 작가의 다리를 걷다 떠오르는 생각](9)‘4대강 아픔’ 되풀이하지 말라며…두려운 기억이 일깨우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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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맑은 강에 수질정화 용도의 댐이 왜 필요한가?” 모래가 댐에 막히면 거꾸로 수질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이율배반의 논쟁이 뒤따랐다. 댐은 모래의 퇴적을 막고, 모래는 댐의 건설을 막는다. 강을 구하는 것은 모래인가, 댐인가.

경북 영주시 문수면 내성천에 있는 ‘무섬 외나무다리’. 장마에 다리가 쓸려 내려가면 마을 주민들이 복원하는 과정이 지난 300여년간 반복됐다. 부근에 현대식 콘크리트 다리가 들어섰지만 주민들이 힘을 합쳐 예전 모습으로 재현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재판장은 먼저 법형식적인 결함을 지적했다. 댐 건설 중지 청구로 시작된 소송에서 원고가 완성된 댐의 철거를 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구취지가 바뀌었으므로 적법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서, 판사는 민사소송법은 기술적인 법이라서 융통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율 스님은 이즈음 홀연히 내성천에 나타났다. 스스로를 인질로 묶어두기 위해 수몰예정지구에 4년 동안 천막을 쳤다. 그 뒤로는 영주댐 건설 중지 청구소송의 원고로 법정에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부처의 자비를 기대하기 어려운 차가운 법정에서, 개념의 추상성에서는 불경의 수준을 한참 앞지른 숫자와 법을 든 승려 한 사람이 댐의 습격에 맞서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내성천의 어깨에 걸린 하얀 모래톱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작은 마을이 하나 나온다. ‘물 위의 섬’이란 뜻으로 마을에는 무섬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17세기부터 형성됐다는 무섬마을에는 불과 40여가구가 살고 있지만, 사대부 전통가옥이 30여채 남아있고, 그 가운데 100살이 넘는 고택은 16채이며, 특별히 9채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역사로 따지면 단연 최고 연장자는 강을 낀 모래톱 양안을 이어왔던 외나무다리일 테지만, 정작 이 다리는 문화재가 될 수 없었다. 존속된 건축물로 간주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보행자는 감각을 물과 모래에 집중할 것을 강요받는다. 내성천 어디에서나 모래톱을 쉽게 발견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섬마을을 특별히 기억하는 건 이 외나무다리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 맛을 잊지 못해 계절을 바꿔가며 내성천을 찾았다. 늦봄의 저녁을 밝히는 초롱불을 들고 한 줄로 서서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아이들, 입자가 너무 고와서 여름 햇살을 받으면 설원처럼 하얗게 보이던 모래톱, 차분하게 가라앉은 가을의 물색, 주민들이 떠나간 수몰예정지구의 마을에서 맞는 마지막 겨울. 물보다 먼저 밀려온 폭설 아래 폐가들이 불평 없이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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