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살기좋은 환경 초첨둬야 일전에 싱가포르를 다녀왔는데 싱가포르의 역사가 자세히 나와 있는 국립박물관에 갔었다. 그 박물관에는 다양한 싱가포르 삶의 모습과 우리나라처럼 일제강점기 때 어떠한 움직임이 있었고 어떻게 경제대국이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끌어간 리콴유 총리의 업적 등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나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한 포스터였다. 단란한 가정 안의 내부 구조를 꾸며놓고 붙어 있는 포스터에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아들딸 구분 말고 두 명이면 충분하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싱가포르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족계획을 하였고 이후 여러 가지 정책을 펼쳤지만 현재는 아시아에서 출산율 꼴찌를 우리나라와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정부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해 적극적으로 저출생 현상에 대응한다고 한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한 사람의 소아과 의사로서 매우 환영할 만한 정책이다. 출생률이 줄게 되면 단순히 국가의 경제 규모가 줄게 되고, 일을 할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등의 경제적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분위기의 사회는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회라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의 조부모, 부모 세대는 절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사는 환경이 좋아서 아이를 많이 가졌던 것은 아닌 듯하다. 오히려 지금보다 물질적으로는 훨씬 어려운 시기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 사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미래에는 우리들의 다음 세대가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움직였을 것이다. 하나의 가정을 꾸리면서 아버지, 어머니라는 존재는 본인들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내하고 때에 따라서는 희생하기도 하였다.
예전에 학생 때 미생물을 키워봤는데, 이 미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온도와 영양 등 환경을 잘 맞춰주면 우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라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비슷하지 않을까.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가정을 영위하고 살아가는 것은 대다수 사람이 원하는 행복한 모습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걱정하는 부분인 출생률도 중요할 수 있지만 그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는지,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에도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충분히 잘 반영이 됐으면 좋겠다.
유럽에 계신 사회·정치학자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정치학자와 의학자가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눌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건보 재정이니 환자 얘기, 약에 관한 얘기 등 이런 얘기를 한마디도 안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그중 가장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사회의 펀더멘털, 즉 기초를 이루는 건 어린이들이라는 것이었고 그 아이들을 위한 제도와 시설 및 사회 구조를 이루어나가면 이 사회는 행복하고 발전적인 사회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북유럽에는 모든 시설마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별도로 구성돼 있고 어린이공원 등이 잘 조성돼 있다고 한다. 일본도 어린이병원에 가면 1층에는 보호자가 아이들을 잠시 맡겨둘 수 있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결국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을 지향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앞으로 저출생이 해결될지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이들을 낳아야 사회가 유지된다는 방향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을 꾸려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끼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그런 정책 방향과 사회 분위기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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