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듣는 즐거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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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주말에 직원과 가족들에게 연수원을 개방하여 취미 클래스나 인기 강연으로 구성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직원들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나도 소풍 가는 기분으로 살짝 들렀더니, 야외 푸드트럭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받아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담소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나도 요즘..

우리 회사는 주말에 직원과 가족들에게 연수원을 개방하여 취미 클래스나 인기 강연으로 구성된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지방에 거주하는 직원들도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나도 소풍 가는 기분으로 살짝 들렀더니, 야외 푸드트럭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식을 받아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담소하는 직원들이 보였다. 나도 요즘 연남동에서 핫하다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치즈케이크를 하나 받아 들고 자연스럽게 대화에 동참해 봤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 얘기 저 얘기 하다 보니 은행장 앞에서 말하기 어려울 법한 고민이나 힘든 점도 들려주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아 있었다면 듣지 못했을, 직원들의 진솔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음 같아서는 밤늦게까지 맥주 한 잔 기울이며 더 많은 얘길 나누고 싶었지만, 직원들의 힐링 시간도 필요한 만큼 아쉬운 마음을 접고 돌아왔다.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는 직원들의 얘기는 '공감'이 주는 울림 때문일 것이다. 요즘 '소통'이 화두다. 회사에서도 사회에서도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소통은 한자 그대로 해석해보면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는 뜻이다. 막히지 않으려면 나의 얘기를 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잘 듣고 공감하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게 뭐가 어려운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조바심 때문에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일상적인 대화뿐 아니라, 보고서나 회의자료 같은 문서로도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보는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각 부서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빼곡히 채우다 보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얼마 전 모든 보고서에 불필요한 미사여구와 장식들을 다 제거하고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무작정 간결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에는 좀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시간을 들여 애써 꾸미지 않아도 되니 실무자들의 반응도 좋고, 꼭 필요한 내용만 간결하게 담겨 있어 보는 사람들도 이제는 만족해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그의 말을 듣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다. 태어나서 말을 배우는 데는 2년, 듣는 것을 배우는 데는 60년이라고 했던가. 필자 역시 아직 듣는 것을 배우는 중이다. 요즘 회의시간에도 내가 먼저 말하기보다는 여러 직원들의 의견을 많이 들으려고 노력 중이다. 듣는 순간에는 나의 생각과 좀 달랐던 의견들도, 나중에 곰곰이 되뇌어 보면 의미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지위가 높아질수록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주장을 얘기할 때의 쾌감은 순간적이지만, 남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즐거움은 배가되고 오래간다.

요즘 직원들과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자리들을 자주 찾아다닌다. 바쁜 직원들이 내 방까지 찾아오기는 어려울 테니 내가 시간을 내서 찾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직원들을 만나면 무언가 얘기해줄 수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혹시 일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보고, 고생 많다며 토닥토닥해주는 것이 전부다. 필자도 젊은 시절 선배가 나의 얘기에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힘이 되었는데, 우리 직원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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