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온 방을 환히 비추는 형광등이 좋은데, 유럽 사람들은 부분조명이나 은은한 간접조명을 좋아한다. 참 답답하다. ‘팬데믹’으로 선언된 ‘코로나19’가 환한 형광등처럼 지구 곳곳을 비추자, 은은한 간접조명 속에 있던 세계 여러 나라들이 그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스웨덴 역시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저편’의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느슨한 전략에는 스웨덴의 사회문화적 특성도 고려됐을 것이다. 스웨덴은 인구밀도가 대단히 낮고, 1인 가구가 절반이 넘는다. 개인의 자유와 독립을 중시하는 사회라,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화되어 있다. 버스 정류장이든, 마트 계산대에서든 모르는 사람들끼리는 한참 떨어져 서 있다. 노동환경도 자유로워서 재택근무도 흔하다. 이 때문에 겉보기에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풍경에 큰 차이가 없는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대중교통 이용자는 5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친구들도 생활이 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복지와 라곰의 나라 스웨덴에 ‘아시아에만 머물다 사라질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산 넘고 바다 건너 들어온 것이다. 솔직히 나는 평소 의료체계가 부실한 스웨덴이 이 까다로운 적에게 어떤 대응을 할까 아주 궁금했다. 코로나19라는 환한 조명은 한국의 모습도 드러냈다. 한국은 최고의 방역선진국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세계보건기구는 검사, 격리, 접촉자 추적, 치료 등의 종합적 억제책을 공격적으로 사용한 “교과서 같은 우수사례”라고 평가했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사회에는 반드시 ‘희생이 요구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WHO의 칭찬 속에는 한국 정부와 의료진, 공무원들의 헌신적 노력과 큰 희생이 깔려있다. 스웨덴은 적극적 희생을 요구하는 사회가 아니다. 영국은 의료진의 개인보호장비 부족으로 1회용 가운을 한 번 더 사용하라고 해서 공분을 샀고, 어떤 나라에서는 쓰레기봉지로 의료용 가운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선 그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다. 의료가운이 100개 있다면 의료진을 100명만 투입할 테니까! 보호장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의료진에게 생명을 거는 희생을 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이 스웨덴에는 없다.
지난 3월 뢰벤 총리가 담담한 어조로 개인의 자발적인 책임감과 성숙한 시민의식에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스웨덴에 사는 외국인들은 “들으나 마나 한 얘기”라고 거세게 비난한 반면, 스웨덴 국민은 80%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보건전문가들과 함께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야당도 정부와 여당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내 스웨덴 친구들은 국민과 정부 사이의 신뢰에 기반을 둔 정부의 독자적인 정책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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