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게 지내는 아이 학교 학부모들 중에는 한국 문화를 좀 아는 사람이 몇 있다. 태권도와 한국 음식을 즐기는 솜은 유난히 나를 챙겨주는 친구다. 이번 모임은 12월 생일 엄마들의 축하 파티인 동시에 우리 가족의 한국 컴백 ‘송별회’였다.
20명 남짓한 딸 아이의 학급에는 한국으로 자주 출장을 다니는 아이의 아빠가 둘이나 된다. 그들은 나와 마주치면 꼭 한마디씩이라도 말을 붙인다. 자신이 다녀온 지역을 아느냐며 발음하기도 힘든 한국 지역명을 또박또박 뱉어 내느라 애를 쓰고, 한국 화장품이나 전자 제품은 이미 꽤 많이 사다 날랐다며 한국에서 살 만한 다른 선물은 뭐가 좋을지 묻기도 한다. 동네 이웃 한 명은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 를 재밌게 봤다며 다음에 볼 만한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고 한다. 시어머니는 신경숙 작가의 번역서를 감동적으로 읽고서 시할머니와 큰어머니에게 한 권씩 선물하기도 했다. 정작 나는 시청하지도, 읽어보지도 못한 작품들인데 말이다.
최근 옆 동네에 사는 영국인 중년 여성 제인을 만났다. 제인이 태권도 도장 친구인 솜에게 한국인인 나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해 이뤄진 자리였다. 첫 만남에서 점심식사까지 건너뛰며 장장 6시간 대화를 했을 정도로 그녀의 한국에 대한 궁금증은 엄청났다. BTS의 열성팬인 10대 딸을 키우고 있는 제인은 “사춘기 딸을 이해해보려고 그들의 노래를 같이 듣다가 나도 빠져 버린 케이스”라고 했다. 허리춤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BTS 멤버 지민 스타일로 과감히 바꾼 그녀의 딸은 식탁에 반드시 젓가락을 놓아줘야 하는 한국 음식 마니아란다. 제인은 그나마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한국 컵라면과 양념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벚꽃이 흐드러지던’ 그 계절 때문일 수도, 영국행을 결심하게 한 원인 중 하나였던 ‘미세먼지’가 사라진 쾌청한 날씨 때문일 수도 있다. “웬만하면 영국에 잘 정착하라”던 엄마가 어느 순간 아기 티를 벗고 나타난 손녀들을 연신 어루만지며 떨어져 있던 시간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에 흔들렸을 수도 있다. 한강공원에서 뒹굴거리며 먹은 라면과 김밥, 오징어와 맥주, 붕어빵 아이스크림은 또 얼마나 꿀맛이던가. 오랜만에 뭉친 대학 친구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놓고 주거니받거니 술 한잔 기울이며 모국어로 쉬지 않고 떠들어대며 느꼈던 그 수다의 맛이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조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아빠 모임’ 친구들과 건국대 근처에서 양고기와 수제맥주를 먹은 뒤 총알택시를 타고 돌아온 조는 “이 조합은 꿈의 세상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며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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