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 ‘자유의지 없는 구름처럼’…마침내 스위스에 다다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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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뭉치의 구름처럼, 우리 가족은 역사의 바람이 떠미는 방향과 속도로 마침내 스위스에 다다랐다. 대서양 대신 태평양을 건너고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반년 만에야 도착한 것이다. 석 달 뒤 다시 탈출하게 될 운명을 알지 못한 채로.”

지난해 5월 시작할 예정이었던 스위스 생활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봉쇄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7월 초부터 필자가 출근을 시작한 새 직장, 로잔대학의 연구소는 목장 같은 너른 풀밭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스위스로 건너가야 하는 바로 그 시기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작년 3월, 3년 동안 살며 정들었던 시카고를 탈출하듯이 떠나 귀국해야 했다. 5월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스위스 연구실 생활은 국경이 봉쇄되고 비자 발급이 중단되면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전례 없는 재앙 속에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했다. 언제 스위스로 넘어갈 수 있을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외국에서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다른 삶’ 연재도 당연히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안전한 한국으로 돌아온 것에 안도가 되었지만, 갑자기 닥친 불투명한 미래 앞에 망연자실했다. 스위스 국경이 다시 열리면 새로운 연구실에 합류해야 하는데, 언제 국경이 열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에겐 부양할 가족이 있었다. 아무 수입도 없이 부모님 집에서 기거하며 무작정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 출국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딘가에 취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4. 7월1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텅 빈 비행기에 홀로 몸을 실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만큼 우선 아내와 딸은 안전한 한국에서 지내기로 했다. 다른 이유도 있었다. 연구소가 위치한 로잔 지역에서 다른 많은 스위스 도시들처럼 집을 구하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었지만, 집을 구하는 데 평균 두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스위스에서 집을 구하는 건 입시 혹은 취직과 비슷했다. 아무리 월세를 낼 돈이 있어도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만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었다. 스위스는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선착순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었다. 공실이 생기면 집주인이나 중개업자는 다수의 지원자를 받은 후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자를 선택하여 계약서를 작성했다. 경쟁에서 어필하기 위해서 월급명세서와 보험증명서 등 각종 서류뿐만 아니라 내가 왜 이 집을 얻어야 하는지 구구절절 적은 지원동기서와 심지어 지도교수로부터 추천서까지 받아서 제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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