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서 있는 음악인이 있다. 국악지휘자 김성진이다. 서양음악 전공자로는 최초로 국악관현악단장, 예술감독을 맡았다. 그는 ‘최초’에 늘 부대꼈고, 그의 국악인생은 그 최초를 지우는 것이었다. 나라의 소리를 책임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에 올랐음에도 뒤로 숨던 그가 책을 펴냈다. 바로 이다. 제목처럼 서양음악을 전공하고 국악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국악인이 되기까지엔 난관이 많았다. “양악과 국악, 크로스오버의 세계에서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다. 국악의 명인들에게 문외한 이방인이었고, 양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소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할 저 너머의 괴짜 외계인이었다.”
처음 접한 곡이 ‘대바람 소리’였다. 악보와 음원을 받았지만 악보만을 챙기고 음원은 듣지 않았다. 오로지 악보 속에서 대바람 소리를 찾았다. 어린 시절 대밭에서 느꼈던 대나무의 속삭임과 세찬 일렁임을 악보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KBS국악관현악단은 새로운 바람소리를 연주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호평이 쏟아졌다. 점차 그를 알아주는 명인들이 생겼다. 황병기, 정대석 같은 이들은 뒷배가 되어주었다. 국악에 빠져들수록 국악기의 음들이 감겨 들어왔다. 소리에서 향기가 피어났다. 그것은 또 다른 득음이었다. 거문고, 대금, 가야금, 해금, 아쟁 등의 농현은 깊고도 오묘했다. 연주자들은 그의 표현대로 ‘손가락 마디마디가 쓸리고 베여 굳은살이 배고, 피가 나도록 울고 또 울어’ 자신만의 소리를 얻는다. 그래서 농현에는 피가 맺혀있고, 울음이 스며있다.
관현악단 연주는 수십 명이 내는 소리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국악기의 여음을 양악처럼 잘라버릴 수는 없다. 줄지어 나는 기러기 떼에서 한 마리가 이탈하여 초겨울 풍경을 완성시키듯, 가지런한 음들 속에서 단 하나의 음이 이탈하는 파격을 찾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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