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 있게 미래와 마주한다.노르웨이 시인 울라브 하우게는 울빅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했다. 시인은 농업학교를 나와 정원사가 되었는데, 빙하가 만든 피오르드가 보이는 곳에서 매일 노동하며 시를 썼다. 시인이 노래한 자연 속 소박하고 명징한 일상은 우리를 서늘한 고요로 이끈다. 그에게는 ‘시를 셀 수 있는가?’라는 구절이 나오는 시가 있는데, 에밀리 디킨슨을 소환해 ‘그녀가 시를 세었을 리 없’다고 쓴다. 나는 시 몇 편 썼어. 말하다가 머뭇거린다. 시를 어떻게 셀 수 있지? 바람이나 물결을 셀 수 없듯이, 나도 잠시 시인처럼 자연의 필경사가 된다.
‘파커 만년필’에 들어 있는 시들, 아직 쓰이지 못한 시들, ‘잉크병에는 더 많’은 시들, 세상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인 잉크병들에 담긴 셀 수 없는 시들, 우리 곁에서 받아 쓰라고 하는데 우리의 눈과 귀가 흐려져, 심장이 굳어져 쓸 수가 없다. 시로 태어나지 못한 종이들은 딱딱한 ‘고지서’로 오기도 한다. 그래도 시인은 ‘미래’를 말한다. 자연 속에 있다고 세상을 버린 건 아니다. 자연과 합체했을 때 더 명료해지는 진실들. 세상의 더러움에 대고 그는 시 ‘그들이 법을 만든다’에서 이렇게 쓴다. ‘그들이 국회에 앉아 있다/ 플라톤도 읽지 않은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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