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서울 강동구 신명중학교 영어교실. 수업종이 울리자 시각장애인 교사 김헌용씨가 밝은 얼굴로 학생들을 맞았다. 김씨는 사물을 전혀 보지 못하는 전맹 시각장애인이다. “주원이 안녕”. 김씨가 점자 정보단말기를 이용해 학생들의 출석을 불렀다. 수업을 마친 뒤에도 김씨는 점자교재를 펼쳐놓고 다음 수업 준비를 이어갔다.현장은 녹록지 않았다. 동료 교사들이 쓰는 인트라넷은 김씨에게 무용지물이었다. 점자 정보단말기 등 보조공학기기도 없었다. 점자 교과서를 받지 못해 직접 점자도서관에 제작을 의뢰해야 했다. 김씨는 “당시 ‘뽑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고, 뭔가를 요구하기가 어려웠다”며 “허허벌판에 던져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마침내 2019년 노조가 설립됐다. 지금의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다. 김씨는 설립 당시 사무총장을 맡았다가 2021년부터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로 다른 장애가 있는 교사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부터가 쉽지 않았다. 김씨는 “장애인들도 겪고 있는 장애 종류에 따라 필요한 것이 서로 다르다. 처음에는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보니 오해가 쌓이기도 했다”며 “당사자인 나도 다른 장애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했다는 걸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에는 시각·청각·지체장애 등을 가진 교사 200여 명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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