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범씨는 25세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설비 엔지니어로 일했다. 신규 라인 셋업 작업을 맡아 ‘서브팹’이라는 공장 하부 공간에도 수시로 출입했다. 반도체 생산라인에 화학물질·가스·전력을 공급하는 설비, 그 라인에서 배출된 유해 물질을 정화하는 설비 등이 밀집된 곳이었다. 생산라인보다 더 위험할 수 있었지만,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리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공간이었다. 정범씨는 그런 곳에서 주 평균 60시간 근무하는 과로에도 시달렸다. 정범씨는 32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동일 연령대 백혈병 발병률은 전체 백혈병 환자의 3.4%에 불과했다. 병을 일으킬 만한 개인적 소인은 없었다. 당연히 산업재해 피해가 의심되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정범씨 사건을 ‘조사 없이 불승인’했다. 조사를 생략한 이유가 궤변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반도체 종사자 추정 원칙에 해당하지 않고, 해당 작업환경에 대한 기존 조사 결과가 있으므로” 전문 조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가장 분노했다. 판정위원들은 마치 2011년을 기점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 내부의 작업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단정할 뿐,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부고 뒤 확정된 업무상 질병 나는 정범씨를 대리하여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길게 끌 소송은 아니라고 보았다. 근로복지공단의 잘못이 너무 명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진료기록 감정’을 권하며, 소송은 3개월 넘게 중단되고 말았다. 법원이 지정하는 의료기관 세 곳이 연달아 ‘업무량 과다’ 등을 이유로 감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정범씨의 건강은 빠르게 악화되었다. 지난해 11월 어느 날, 나는 가족들과 한가로운 주말 오전을 보내다 “ 신정범님이”로 시작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을 열어보기도 전에 ‘악’ 소리를 내며 주저앉고 말았다.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서울행정법원은 고인의 백혈병은 업무상 질병이 맞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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