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친환경 섬유 패널 제작업체 세진플러스의 충북 진천군 상신리 공장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널따란 부지에 들어선 약 1000㎡ 규모의 건물에는 성인 남성 키의 두 배 정도 되는 커다란 타면기만 놓여 있었다. 기계는 멈춰 있었다. 이 회사 대표 박준영씨는 현수막을 잘게 부숴 솜으로 만드는 이 기계를 ‘솜 타는 기계’라고 불렀다.
공장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공원 벤치 용도로 만들어진 의자와 작고 동그란 테이블 여러 개가 구석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모두 폐현수막을 분해한 뒤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든 물건이다. 박씨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폐현수막을 섬유 패널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 5년 전부터 상용화에 나섰다. 친환경 기술을 개발했다는 자부심이 크지만 마음 한편엔 씁쓸함도 있다고 했다. 원료로 쓸 폐현수막을 구하는 게 쉽지 않아서다. 박씨는 “그 많은 현수막이 어디로 간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해 환경부가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1557t, 2022년 대선에서는 1110t, 2020년 총선에서는 1739t의 폐현수막이 발생했다. 재활용률은 20%대에 그쳤다. 자원 순환의 중간 단계인 ‘수거→분류→이송’ 과정이 체계화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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