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폴리스티렌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플라스틱 포장재와 용기 1㎏를 모아봤다. 색깔도 쓰임새도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재활용되지 않으면 결국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될 거라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기업이 이 폐기물들에 대한 재활용 책임비로 내는 돈은 가운데 놓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 정도다. '플라스틱의 나라'라는 오명을 얻게 된 이유다. 김하겸 인턴기자하지만 기업들에 부과하는 분담금이 턱없이 낮은 것 외에도 아예 부과 자체를 면제받는 범위가 너무 넓어 제 기능을 못 한다. 그린피스와 충남대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EPR 제도가 적용되는 생활계 폐기물 플라스틱류는 전체 생산량의 약 30%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면제의 이유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이 크다. 만약 플라스틱 포장을 제조·판매하는 모든 사업자에게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면 영세한 사업체들까지 분담금 부담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4월부터 생산자가 직접 면제 사업장 여부를 입증하도록 제도가 개선되면서 사각지대가 약간 좁혀졌다. 이전까지는 생산자들의 신고가 의무가 아니었고, 누락 여부는 한국환경공단이 주먹구구식으로 파악하는 구조였다. EPR 분담금을 내는 기업도 포장재 전체에 대해 내는 게 아니다. 생산한 제품 100%에 대해 재활용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재활용 의무율에 해당하는 부분만 책임진다. 의무율은 페트병이 83%, 비닐 90%, 단일 재질 플라스틱용기 84.5% 등이다. 페트병 100개를 생산하면 83개만 재활용 의무가 있는 것이다. EPR 포장재 전체를 보면 의무율은 약 75%인데 이는 종이팩의 의무율이 1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지는 EPR 품목은 2020년 59만2,576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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