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집은 ‘사고파는 것’이기 전에 ‘삶을 사는 곳’입니다. 집에 맞춘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요? 삶에, 또한 사람에 맞춰 지은 전국의 집을 찾아 소개하는 기획을 금요일 격주로 에 연재합니다.경기도 여주 동쪽 효종대왕릉을 지척에 둔 한적한 마을. 검은색 삼각형의 박공지붕을 얹은 목조주택이 병풍처럼 둘러싼 낮은 구릉을 배경으로 소박하면서도 묵직한 자태를 드러냈다. 대지 553㎡, 연면적 110㎡의 이 단층집은 은퇴한 노부부가 두 번째 인생을 관조하는 집이다.
12평 중정과 5평 독채를 품은 집중정을 둘러싼 'ㄷ'자 형태의 집에는 한옥의 처마 밑 공간과 툇마루 공간이 있다. 부부가 마당을 바라보며 앉아 사색할 수 있는 정서적 장소다. 최진보 건축사진작가 제공그런 집주인을 닮아서일까. 집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한 외양을 갖추면서 속이 여물고 단단했다. 박공지붕 목조주택 내부는 건축주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곳곳이 알차게 꾸며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운데가 뻥 뚫린 지붕과 그 아래로 자리한 중정이다. 30평이 채 되지 않은 집에 12평 마당을 들이고 수목 대신 돌을 깔아 공간을 비워 뒀다.
건축가의 의도는 적중했다. 부부는 특히 좋아하는 공간으로 안마당을, 가장 만족스러운 요소로 툇마루를 꼽았다. 외부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니 마당에 오래 머물게 되고, 지나가는 이웃들도 부담 없이 들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됐다는 것이다. 서씨는"바람 좋고 볕 좋은 날 처마 밑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주택 살이의 즐거움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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