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력발전, ‘시진핑 탄소중립’ 아닌 석탄값에 멈췄다

[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석탄값과 아이폰 생산 감소의 상관관계

2021-10-23 오전 8:00:00

중국 석탄 생산구조의 진짜 모순은 국가전력망과 중국전력기업연합회 등 국가권력과 자본의 분별없는 석탄발전소 건립과 시장구조에 있지, 화력발전을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에 있지 않다.

[한겨레S] 홍명교의 이상동몽석탄값과 아이폰 생산 감소의 상관관계

석탄값과 아이폰 생산 감소의 상관관계 지난 11일 중국 톈진 항구의 석탄 야적장 모습. 톈진/신화 연합뉴스 2015년 가을, 신장위구르자치구 싼다오링 탄광에서 8천여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나섰다. 이 대규모 파업은 사쪽이 1500위안(약 27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데서 촉발됐다. 1990년대 이래 임금 인상 대신 계절별 상여금을 지급해온 사쪽이 불경기를 핑계로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중국노공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 동안 탄광에서 발생한 파업은 184건에 이른다. 최근 탄광에서 매달 끊임없이 발생하는 참사 역시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조업을 밀어붙이니 애꿎은 목숨이 날아가는 것이다. 중, 전력대란은 탄소중립 탓 아냐 중국 석탄시장 가격 메커니즘은 ‘반 관제-반 시장’으로 이뤄진다. 석탄 가격은 시장 수급에 따라 자유롭게 오를 수 있고, 발전업체의 가격 인상 폭은 제한된다. 따라서 석탄 가격이 오를수록 발전소의 손익분기점은 멀어지고, 석탄값이 더 올라도 전기요금을 못 올리면 발전할수록 손해를 본다. 이렇게 발전소들이 운전을 멈추면 탄광 경영도 어려워진다. 석탄산업은 에너지 문제이자 환경 문제다. 1인당 배출량으로 따졌을 땐 미국이 명실상부한 1등 기후악당이지만, 총량으로 따질 때 중국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9%를 차지하는 기후악당 국가 중 하나다. 기후위기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촉발된 가운데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2060년 탄소중립을 약속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 공언과 현실은 매우 멀어 보인다. 중국의 탄소배출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가령 2010년대 초 중국은 세계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유사 이래 최대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밀어붙인 바 있다. 이 시기 석탄 채굴과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승인 권한을 이양받은 지방정부들은 불과 1년 만에 210개에 이르는 프로젝트를 승인해버렸다. 이 때문에 석탄은 여전히 중국 에너지 사용의 57.7%를 차지하며,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송출전력의 66%를 공급하고 있다. 반면 신규 에너지 수요의 35%만이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되고 있는데, 시진핑 주석이 인류 앞에 약속한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이 몫은 100%가 되어야 한다. 국영 싱크탱크 에너지연구소(能源研究所)의 연구원조차 석탄발전소 건설을 모두 중단하고 2050년까지 석탄발전소를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화물선 두척이 지난 4일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의 황화항에 석탄을 싣고 입항해 있다.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말 동북3성(헤이룽장성, 지린성, 랴오닝성)과 다른 지역 공장들에 예고 없이 발생한 정전 사태, 아이폰과 초코파이 공장 등의 생산량 감축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급증한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전용 석탄 가격이 연초 대비 50% 오르면서 판매 가격이 발전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자 적자 누적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발전소들이 생산 확대를 멈췄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석탄 가격의 시장화 메커니즘이다. 전기요금 변동 상한선을 기존 10%에서 20%로 조정해 발전업체들이 발전할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폐쇄했던 탄광들의 작업을 대거 재개하겠다는 계획도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이루면, 역설적으로 올겨울엔 미세먼지가 늘고 기후위기 대책은 더 멀어질 것이다. 이 딜레마는 비단 동북지방 전력 수급에 국한되지도, 중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전력난은 글로벌 공급사슬의 병목현상을 가중시키고, 세계 증시와 경제를 위협한다. 원자재값 급등은 생산 비용을 높이고, 연쇄적으로 소비자 물가와 인플레 압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26일 통신이 “중국의 진짜 위기는 헝다가 아니라 전력난”이라고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초국적 석유 기업들은 각국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와 우라늄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며 딴지를 놓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후위기 대책일랑 모두 포기하고 가진 자만을 위한 기존 체제의 작동을 그대로 둬야 할까? 중국 석탄 생산구조의 진짜 모순은 국가전력망과 중국전력기업연합회 등 국가권력과 자본의 분별없는 석탄발전소 건립과 시장구조에 있지, 화력발전을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에 있지 않다. 화석연료 발전사와 제조 자본에는 이윤을 가져올지 몰라도, 대다수의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미래는 파괴된다. 전력난에 발전업체 수익 높여줘 기후위기에도 화력발전 활성화 에너지 전환과 더 멀어지는 중국 기후위기 노동자 목소리 어디에 우리는 중국과 얼마나 다를까 우리는 명백한 기후위기 시대를 살고 있다. 갈등 없는 에너지 전환은 없고, 에너지 전환은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소환한다. 중국 에너지 전환의 근본적인 문제는 파업이나 탄광 붕괴 참사, 예고 없는 단전 등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민주적 절차 없이 뭉개버린다는 데 있다. 책 에서 저자 구준모는 에너지 민주주의를 푯대로 삼는 에너지 산업의 공영화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에너지 민주주의 비전을 빌려, 첫째,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의제에 맞서고, 둘째, 에너지 기업을 민주화·공영화·지방화하며, 셋째, 에너지 부문을 이윤 동기에서 해방시켜 공동자원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를 준거 삼아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정책을 떠올려보면, 중국과 얼마나 다른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역시 화력발전소 건설을 멈추지 않고 있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허울뿐인 시민 참여로 위장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도시빈민이나 노동자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면,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탄광노동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중국의 석탄정책과 뭐가 다를까? 기후위기에 맞선 에너지 전환은 그 최전선에 있는 주체의 참여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는 과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오직 자본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에너지 전환, 기존의 경제체제를 유지한 채 껍데기만 녹색화하려는 시도는 제대로 된 대응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를 연쇄적인 함정으로 내몰 뿐이다. 홍명교 동아시아 연구활동가. 플랫폼C 활동가. 동아시아 이야기를 씁니다. 각 사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같은 꿈을 지향하자(異牀同夢)는 의미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상을 품은 동아시아의 꿈(理想東夢)이라는 뜻도 담았습니다.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진실을 후원해주세요 용기를 가지고 끈질기게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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