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 있는 그릇에 디저트 올려 ‘풍류’ 이정용·이은범·이강효·이창화 작가의 작품. ‘굽이 있는 그릇’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노영희의 그릇’ 제공
할머니 큰아들의 첫 딸인 나에게는 제기를 닦는 임무가 맡겨졌다. 나무로 만든 제기여서 무겁지 않아 힘들지 않았고 자손으로서의 도리를 제법 해낸 것 같아 어린 마음이 으쓱했다. 대청마루에 반짝이는 제기로 줄을 세워놓고 내가 좋아하는 롤케이크나 홈런볼 과자, 복숭아 절임 같은 음식은 왜 못 올리는 것인지 궁금해하곤 했다. 제기 닦기를 하던 어린 시절에서 30여년이 흘러 이제는 여러 사정 상 제사를 지내지 않지만 손끝의 기억으로 남은 제기의 형태는 나의 도자 그릇 취향 중 하나로 발현됐다. 종종 찾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층 조선실과 3층 백자실의 도자 제기는 빼놓지 않고 보는 유물이다. 어릴 때처럼 대표적인 제기의 형태인 굽이 있는 그릇에 어떤 음식을 담으면 좋을지 그려보고 금속 제기에서 유래한 형태를 살펴보며 도자 그릇 디자인의 다채로운 확장성을 상상해보기도 한다.
조상을 공경하고 혼을 기리며 제물을 담았던 도자 제기는 이제 더이상 유물과 고미술 골동품으로 박제되지 않고 일상의 그릇으로 변모하고 있다. 박물관·미술관에서 흠모하며 바라보던 제기에 음식을 담아 식탁에 올리고 카페에서 디저트를 작은 굽 접시에 올려 서정적 풍류를 전하기도 한다. 다채로운 미식의 향연이 펼쳐지는 레스토랑에서도 귀한 음식의 품격에 걸맞게 굽이 높은 그릇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일상과 동떨어진 제례를 위한 경건한 기물이 아니라 스스로 아끼고 존중하고 공경하는 의미가 담긴 경배의 그릇이 된 것이다.이기조 작가의 백자 제기. 박효성 제공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hanitweet - 🏆 12.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maekyungsns - 🏆 15.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kyunghyang - 🏆 14. / 51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hanitweet - 🏆 12.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출처: hanitweet - 🏆 12. / 53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