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만 원'. 월급봉투에 찍힌 금액을 보고 '뿅 가서' 시작한 일이었다. 2004년에 어린이집 보조교사를 하던 김나연씨가 하루 네 시간씩 일하고 받는 월급은 60만 원이었다. 학부모 하나가 보험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처음 물었을 때 만해도 보험은 남의 일이었다. 남을 설득하는 게 보통 일 같지 않아 손사래를 쳤다. 만날 때마다 권유를 받았고 번번이 거절했다.
일을 해보니 '사람을 향한 고민' 없이는 일하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건강과 돈 문제를 자신에게 의논한다는 걸 깨달을 때마다 계약서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한 사람의 삶을 컨설팅하는 일이라는 자부심과 '절벽을 만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에 채린씨는 '딴사람이 되어'버렸다. '오늘 고객을 만나고 계약했다고, 내일도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늘 불안하다. 이번 달에 계약이 많아 수당을 많이 받았더라도 다음 달엔 수당이 없을 수도 있다. 실적 그래프를 볼 때마다 '심장이 찌릿'하다. 그런 불안감은 실적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지고, 회사는 설계사들이 갖는 집착을 영리하게 활용한다.
설계사들은 실적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리를 빼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하라는 건 다 했다. 계약해오라면 다 해왔고 신입 데려오라면 어떻게든 데려왔다. 마구잡이 영업에 사람들이 보험설계사를 향해 던지는 부정적인 말들을 상아씨도 모르지 않는다. 그래도 실적을 위해서 내달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돈이 나왔으니까. 돈 많이 번다는 말에도 할 말이 많다. 실적만큼 버는 게 위촉직이라지만, 실은 돈을 쓰는 만큼 버는 게 설계사의 월급이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우리만 아는' 위촉계약직의 세계였다. 그렇게 일해도 실적이 없는 설계사가 되면 '자리 빼라'는 말밖에 듣지 못한다. '사채 구렁텅이에 들어간 것 같다'는 상아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연씨가 말을 이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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