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김기영의 '하녀'를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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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김기영의 '하녀'를 보는가 김기영 스코세이지 봉준호 하녀 박찬욱 김규종 기자

김기영 감독은 살아생전에 경험하지 못한 유명세를 고인이 된 후에 누린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1960년 개봉 영화 가 서울에서만 10만 관객을 동원하여 성공을 거둔다. 그 이전에 연출한 영화는 1955년 데뷔작 를 비롯해 모두 7편이지만, 딱히 주목할 만한 작품은 없다. 따라서 는 김기영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셈이다.1960년대 한국 영화의 황금기 이후 군사정권의 검열과 영화 관객의 지속적인 감소로 1970년대 한국 영화는 기나긴 침체기에 접어든다. 영화계는 김기영이 연출한 와 를 1970년대 한국 영화 걸작선 반열에 올려놓는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김기영은 대중에게 망각된 감독으로 남아 있었다.인생의 전변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법이고, 김기영도 예외가 아니다. 1996년에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가 잊힌 김기영을 되살려낸다.

의 공간이 무진의 들판과 가옥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평면적이고 단순하지만, 에서 김철훈이 살아가는 2층은 주인집 모녀의 1층과 완전히 분리됨으로써 주인공의 고독과 소외를 강조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반면에 에 설정된 복층의 공간은 여주인과 하녀, 하녀와 가장의 대립과 갈등을 낳고, 1층과 2층 사이의 중간지대인 계단도 사건 진행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아내의 공간은 1층으로 고정돼 있고, 그녀를 대표하는 소품은 재봉틀이다. 아내는 재봉틀을 돌리거나, 고단한 살림 혹은 과도한 노동에 따른 육체적 고통으로 괴로워한다. 명숙의 공간은 2층이지만, 언제나 피아노를 열망하고 그것을 두드림으로써 자신의 열망을 숨기지 않는다.

하녀는 주인의 아래에 있는 여자를 의미하는데, 그녀가 2층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하녀와 여성 상전의 지위가 실질적으로 역전돼 있음을 보여준다. 두 사람 사이에서 줄타기를 거듭하는 동식은 전통적인 가장의 구실이 아니라, 하녀에게 목줄 잡힌 사냥개 형상이다.봉준호의 지적처럼 히치콕에게 새가 있다면, 김기영에게는 쥐가 있다. 에서 가장 인상적인 소품은 쥐와 쥐약이다. 1960년대 한국 전역을 떠돌았던 무수한 쥐와 쥐 잡는 쥐약이 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한다. 아내는 쥐의 등장에 소스라칠 정도로 심약하지만, 하녀는 맨손으로 쥐 꼬리를 잡고 흔들 만큼 담대하다. 하녀와 안주인의 대비가 현저한 장면이다.쥐를 잡을 쥐약으로 자살의 길을 택한 1960년대 한국인은 수없이 많았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쥐약은 생활고와 신병, 실패한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출구였다. 하지만 에서 쥐약은 살인과 타의에 따른 동반자살의 기제로 쓰임으로써 쥐약 본래의 기능과 무관하다.

나아가 그녀들을 능가하는 높이에서 그들뿐 아니라, 동식까지도 지배하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쥐약으로 동순을 살해하고 동반자살도 주저하지 않는다. 마룻바닥과 찬장에서 천장에 이르기까지 서식하는 쥐와 바닥을 닦다가 이층 양옥을 독점하는 명숙 사이의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아 보인다.여기 더해 김기영이 연출한 계단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내 곁의 죽음을 고집하는 동식과 그를 저지하려는 명숙 사이의 실랑이 끝에 동식이 계단을 따라 그녀를 끌고 내려온다. 계단 하나하나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점차 정신을 잃어가는 명숙. 동식이 아내 곁에서 남편이자 아버지로 죽음을 맞이할 때, 명숙은 계단 하단 지점에서 온몸이 축 늘어진 채 쥐처럼 널브러져 있다.1층도 아니고 2층도 아닌 중간지점에서 시체로 화하는 명숙. 이 지점에서 명숙은 지배자도 아니고, 하녀도 아니며, 인간도 아니고, 쥐도 아닌 채 뒤범벅된 제삼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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