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변방 인천에선 최근 형사재판사에 기록될만한 희소성 있는 법정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5부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계곡 살인 사건’이다. 사건 자체도 경악스런 요소들이 많았지만 희소성을 극대화한 건 이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면서 ‘심리적 지배에 의한 살인’이라는 이론을 세운 검찰의 기소였다.
가해자 의존 유도하는 심리적 지배 국내엔 가스라이팅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다. 다만 학계에선 가스라이팅의 전개과정을 일반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불균형한 권력관계를 구축하는 시도 ▶정신적 지배력을 강화, 반복적인 정서적 학대 ▶비정상적 심리통제에 의한 2차 가해 등이다. ▶피해 기간이 길고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해 치료와 보호가 어렵다는 점과 ▶피해자가 주위로부터 고립돼 자존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가해자에게 순종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점 등도 가스라이팅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계곡 살인 사건’의 공소내용에 따르면, 이씨는 수년간 피해자 윤모씨가 가족과 교류하지 못하게 막았고 윤씨는 기초생활조차 제대로 영위할 수 없는데도 이씨의 송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인과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렸다. 또 윤씨는 이씨의 강압적인 언행과 욕설에도 원망하지 않고 자책하며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심리적·물질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 이씨의 각종 요구에 따르면서 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다고 한다. 윤씨는 이씨의 내연남에게 “은해로부터 꼭 인정받고 싶다. 은해로부터 ‘쓰레기 새끼, 정신병자’란 소리 안 듣고 존중받고 싶다. 은해가 짜증 내고 욕할까 봐 무섭다”고 말하기도 했다.이씨가 윤씨로 하여금 자존감과 합리적 판단 능력을 상실케 해 자신의 요구를 쉽게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제압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유씨는 18개월 동안 남자친구 A씨와 사귀며 7만5000건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유씨는 문자 메시지로 A씨에게 “죽어라”, “네가 죽으면 세상이 더 나아질 것”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언어·정신적 학대를 이어갔다고 한다. A씨는 2019년 5월 20일 졸업식 날 주차장에서 투신했다. 검찰은 유씨가 A씨의 극단적 선택을 유도했고 극단적 선택을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이 과실치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기소 취하 청구를 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던 유씨는 선고를 앞두고 고살 혐의를 인정하고 검찰과 양형을 합의해 감형받았다.
으이그 법충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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