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입니다. 1992년 한국이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올해로 30년. 하지만 긴 시간 동안 난민 인정률은 1%대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은 난민 인정에 인색한 나라입니다. 올해 한국일보 '허스펙티브'는 특별히 '젠더박해'에 주목합니다. 세계 난민의 날 기획 '히잡에 가려진 난민'은 여성으로 태어나 본국에서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다 한국으로 도망쳐 온 두 여성의 이야기를 '내러티브 저널리즘' 방식으로 담고, 4편의 기사를 통해 한국 사회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집니다.‘혹시 남편이 벌써 신고를 한 건 아니겠지.’
직업 군인인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몇 번을 발버둥쳤지만 46kg의 왜소한 신체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목이 졸린 채 침대까지 질질 끌려간 노라의 눈에는 눈물이 한 가득 고였지만, 무자비하게도 칼리드는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스스로 죽거나, 도망치거나. 노라의 눈에는 지금 당장 두 가지 선택지밖에 보이지 않았다. 1년 넘게 이어진 남편의 폭행과 부부 강간에 언제든 목숨을 끊을 준비가 되어 있던 노라였다. 아무도 보호해 주지 않았던 사회를 고발하기 위해 그간 칼리드로부터 폭행당한 흔적을 휴대폰으로 모두 찍어 두기까지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관계 회복을 기대하며 온 말레이시아에서까지 심각한 위협을 당하고 나니 마음이 바뀌었다. 살아서, 도망쳐야겠다고.
“노라라고 불러 주세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의 한 모임 공간에서 만난 노라는 한국에 오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바꿔 버렸다고 했다. 사우디에서의 삶을 도저히 회상하고 싶지 않기에, 한국에서 만난 모든 사람에게는 새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한국에서 난민 면접을 받을 당시 왜 경찰에 가정폭력 신고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제가 사우디에 있을 때 여성들은 남성 보호자 없이 이동도 제한됐어요. 저는 결혼 전 부모님과 살 때는 집에 갇혀 전화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경찰을 찾아간다면요? 아마 경찰은 남성 보호자를 데리고 오라거나, 다시 가족에게로 저를 돌려보냈을 겁니다.”
“맛있다!” 난생 처음 돼지고기를 한입 베어 문 노라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2018년 11월 7일, 그렇게 사우디 아라비아 국적의 20세 여성 노라 셰리프는 아무런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홀로 한국에 도착했다. 카메라 앞에서 반짝반짝한 자신이 너무나 좋다는 그녀의 꿈은 모델이다. 노라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유행에 맞는 옷을 입고 멋진 포즈를 취한 사진이 ‘#촬영문의 #외국인모델 #모델구인’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여러 장 올라와 있다. 다만 현재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노라는 취업이 엄격하게 제한돼, 무급으로만 촬영에 임하고 있다. 이렇게라도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쌓기 위해서다.
노라에겐 이 악몽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난민 피난처와 난민을 지원하는 공익법센터 어필의 도움을 받아 2020년 9월 난민 신청을 했지만 같은 달 인정받지 못했고, 인도적 체류 자격조차 받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무신론자이며, 가족으로부터 평생에 걸쳐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당한 것을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다. ‘아시아 최초 난민법 제정 국가’임을 자부하는 한국은, 그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난민 인정에 인색한 나라다. 한국일보가 5월 법무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994년부터 올 4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1.6%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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