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 한 대접, 눈물 세 스푼, 한숨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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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전 그렇게 맛있게 먹던 전복죽도, 채소 샐러드도, 나물도 입에 들어가지 않았다. 음식 고유의 맛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음식을 얼마나 잘 먹는지 고문하겠다는 듯 세끼 밥상은 꼬박꼬박 내 앞에 놓였다. [양선아의 암&앎] 항암과 음식

솜씨 좋은 엄마표 ‘산해진미’ 밥상어쩜 이리도 모든 음식이 감탄스럽나일러스트레이션 장선환 2020년 3월도 올해 3월만큼 찬란했을 것이다. 햇볕은 따사롭고 노랑, 빨강, 분홍, 보라 형형색색의 꽃들이 자신만의 자태를 한껏 뽐내며 내게 말을 걸었을 것이다. 지난해 3월에도 안양천의 숭어들은 펄떡이며 그 생명력을 과시했을 것이고, 이름 모를 새들은 지지배배 지저귀며 봄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저장된 지난해 3월은 우중충한 회색 또는 피카소의 청색시대 작품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잿빛 청색으로 그려진다. 암은 ‘나의 2020년 봄’을 빼앗았고, 지난해 이 시기 나는 우울하고 음울하고 슬프고 힘겨웠다. 무조건 먹어야 산다지만 지난해 3월엔 3차, 4차 항암이 진행됐다. 2차 항암 직후부터 나는 또 다른 차원의 부작용에 시달렸다.

” 엄마가 각종 채소를 듬뿍 얹어 먹음직스러운 비빔라면을 만들어주셨다. 군침이 돌았다. 새콤달콤한 비빔라면을 먹으면 집 나간 입맛이 돌아올 것만 같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젓가락 넣는 순간, 하…. 내가 먹던 그 맛이 아니다. ‘왜 신맛, 단맛, 짠맛 이런 게 안 느껴지는 거지? 아…. 왜 그 맛이 아닌 거지?’ 라면의 그 감칠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맨밥보다는 뭔가 맛이 있지만, 내가 먹던, 알고 있던 그 맛이 아니었다. 라면을 맛있게 먹던 그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워졌다. 행복은 정말 멀리 있지 않았다. 배가 출출할 때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을 호호 불며 후루룩후루룩 먹을 수 있었던 그 시간, 그것도 행복한 시간이었구나…라며 나는 아쉬워했다. 먹고 싶던 맛은 아니었지만 맨밥보다는 맛이 느껴져 그날은 비빔라면을 다 먹었다. 음식 맛 자체를 잘 못 느끼니 신맛을 찾게 됐다. 김치도 푹 익힌 신 김치만 찾게 됐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도 그나마 먹는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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