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상도의 한 7평짜리 원룸. 초인종 소리가 울리자 식탁에서 일어나 대여섯 걸음을 옮긴 서영철씨는 현관문을 열어주고 난 뒤 5분이나 벽을 짚고 서서 거친 숨을 골랐다. 찡그린 채 눈을 감고 입안을 풍선처럼 부풀려 숨을 내뱉는 서씨의 코에는 산소발생기와 호스로 연결된 콧줄이 매달려 있었다.
서씨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애경·이마트 임직원들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다루는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했다. 3년 전 모두 무죄가 내려졌던 1심이 완전히 뒤집힌 결과였다. 요양병원 있을 때였는데, 한번은 갑자기 몸이 극도로 무력하고 꼼짝을 못 하겠더라고요. 막 땅으로 꺼지고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요.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죽을 것 같고. 나중에 들으니 그게 공황장애라는데 다시는 이 무서운 걸 또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문이 보여서 뛰어내리려고 했어요. 문을 열고 밑에 있던 라디에이터를 밟고 올라서기까지 했는데, 나랑 동갑이라 알고 지내던 청소 아주머니가 뒤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날 붙잡고 끌어내렸어요. 그분 아니었으면 지금 없겠죠. 그때부터는 죽는 걸 그냥 받아들이고, 연연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모일 수가 없어요. 아프니까. 나도 한번 밖에 나가려고 하면, 진짜 죽음이거든요. 우리 집이 2층이라 계단이 9개씩 두 번 있어서 총 18개밖에 안 되는데. 이 계단에서만 중간에 몇 번을 쉬어요. 근데 그렇게 힘들게 밖에 나가서 다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보잖아요. 나보다도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요. 아파서 노동력이 10년, 20년 끊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누구 하나 중환자 생겨서 간병해야 하면 그 가정은 파탄 나는 거예요. 근데 정작 피해자들은 모이지도 못해. 이러니 아무 힘이 없죠.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 초기부터 기업들하고만 얘기했지, 피해자들과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안 했어요. 특히 5명만 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단체를 만들 수 있게 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결국 피해자들을 갈라치려는 작전이었던 것 같아요. 기업들도 늘 피해자들이 단결하지 못하도록 유도해왔고요. 우리는 다른 대형 참사들처럼 한날한시에 피해자들이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전국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있고, 피해자마다 각자 아픈 정도도 다 다르고요. 그 점을 이용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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